
한국의 디지털 자산 투자자들이 올해 해외 거래소에 지불한 수수료가 4조7727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국내 5대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의 영업수익 1조7837억 원의 2.7배에 달한다. 이로 인해 바이낸스가 사실상 국내 1위 디지털 자산 거래소라는 평가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28일 타이거리서치와 카이코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국 투자자들은 바이낸스에서 2조7326억 원, 바이비트에서 1조1194억 원의 수수료를 지불했으며, OKX(5800억 원), 비트겟(2663억 원), 후오비(744억 원) 등에서도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이는 한국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를 이용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올해 9월까지 한국 투자자들은 해외 거래소에서 124조 원 규모의 디지털 자산을 구매했으며, 연말까지 누적 금액은 16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2023년 45조5000억 원과 비교해 3배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이러한 통계는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한국 투자자의 점유율을 예측한 분석과 국내 거래소 지갑에서 유출된 자산 데이터, 파생상품 거래 패턴 등을 종합한 결과이다. 해외 거래소들은 다양한 투자 상품을 제공하는 데 반해, 국내 거래소들은 여러 가지 규제로 새로운 서비스 도입에 고전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자산 시장 내에서 무기한 선물 상품은 해외 거래소에서 흔히 거래되고 있으며, 바이낸스와 바이비트 등 글로벌 거래소들은 자산 대비 수십 배의 자금을 투자할 수 있는 레버리지 상품을 지원하고 있다.
조윤성 타이거리서치 연구원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디지털 자산 투자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산업 생태계 구축, 기술 혁신, 글로벌 경쟁력 등에서 해외에 뒤처진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투자자들이 만든 유동성과 거래 수요가 해외 플랫폼을 키우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한국의 거래소들 입장에서는 수익 구조가 매우 제한되어 있다. 미국 코인베이스의 경우 개인 거래 수수료 비율이 45.14%인 반면, 한국 1위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개인 거래 수수료 비중이 97.94%에 달한다. 2위 거래소 빗썸도 수수료 매출 비중이 약 98.38%에 이르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업계에서는 규제 완화가 아니라 산업 육성을 위해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국내 거래소 관계자는 “해외 거래소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전통 금융사들도 마찬가지로 글로벌 금융사들이 디지털 자산 사업에 뛰어드는 반면, 국내 금융사들은 규제로 인해 제약을 받고 있다.
글로벌 내에서 증권사로 출발한 로빈후드가 디지털 자산 서비스로 영역을 넓히고 있고, 코인베이스는 주식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이러한 혁신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디지털 자산 관련 법안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마지막으로,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거래소 이용 허용은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현재 외국인 투자는 자금세탁방지(AML) 등의 이유로 제한되고 있으며,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더 많은 자금이 해외로 유출되고, 이는 한국 경제에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에 신속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