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나마에서 150주년을 맞아 세운 중국인 정착 기념물이 심야에 철거되면서, 중국 정부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 조형물은 2004년 설치되어 파나마와 중국 간 우호 관계와 중국인 공동체의 기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중국 대사관의 성명에 따르면, 이 기념물은 파나마 운하 인근 아메리카스 다리 전망대 구역에 위치해 있었으며, 27일에 이루어진 철거 작업은 파나마 아라이한 시청이 안전 문제를 이유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청 측은 이번 조치가 중국 공동체의 문화유산을 훼손하거나 부정하려는 의도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전에 기술적 보강을 위한 협의가 없었다고 전해졌다.
중국 측의 반발은 즉각적이었다. 쉬쉐위안 주파나마 중국 대사는 “종전의 양국 우정에 큰 상처”라며, 철거가 30만 중국계 파나마인에게 대한 모욕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파나마에 항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아라이한 시장의 철거 결정을 비판하였다. 그는 엑스(SNS)에 “중국인 공동체 기념비의 철거는 모든 이유에서 정당화될 수 없는 야만적인 행위”라고 밝히며, 역사 유산 프로그램을 통해 기념물을 복원할 가능성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파나마는 미·중 간의 지정학적 긴장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파나마 운하의 중국 영향력 확대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으며, 이는 파나마의 여러 항만을 운영하는 홍콩계 기업인 CK허치슨홀딩스와 관련이 있다. 이 기업은 미국 자산운용사에 운하 운영권을 매각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파나마 운하는 세계 해상 무역의 약 5%를 차지하는 중요한 해상 경로로, 미국의 주요 이용국이다. 2024회계연도 동안 파나마 운하를 통과할 예정인 미국 선박의 물동량은 약 1억5706만 톤에 달하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뒤이어 중국이 4504만 톤, 일본과 한국이 각각 3373만 톤과 1966만 톤의 물량을 차지할 예정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파나마 내 다양한 역사적, 문화적 요소들과 최근의 국제 정세가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로 보인다. 중국의 반발과 함께 파나마 내부의 정치적 반응을 두고 다양한 국제 정황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