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수의 얼굴을 원숭이를 닮은 모습으로 변형시켜 전 세계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던 스페인 아마추어 화가 세실리아 히메네스가 9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2012년 스페인 아라곤 지역에 위치한 미세리코르디아 성당에서 19세기 벽화 ‘에케 호모(Ecce Homo)’를 복원하던 중 발생한 사건은 이후 ‘원숭이 예수(Monkey Christ)’, ‘역사상 최악의 미술 복원’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히메네스는 원작이 크게 훼손된 19세기 화가 엘리아스 가르시아 마르티네스의 벽화 복원을 맡았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예수의 얼굴은 뭉개지고 윤곽이 무너진 모습으로 변해, SNS와 해외 언론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이런 비난 속에서 히메네스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견디면서 체중이 약 17kg 줄었다고 전해진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종교 예술 훼손 논란으로까지 발전했다. 일부 가톨릭 신자들은 “성스러운 예수의 얼굴을 모욕했다”며 강한 반감을 표하며, 미술계에서는 문화유산 관리의 부실함을 보여주는 사례로 비판했다. 그러나 다른 의견도 존재했다. 벽화가 이미 심각하게 손상된 상태였다는 점에서 그녀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이 ‘실패한 복원’은 보르하 마을에 예상치 못한 경제적 변화의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엉성한 그림이 인터넷 밈으로 확산되면서 마을은 급속히 관광 명소로 변모했고, BBC의 보도에 따르면 2013년에는 관광객이 4만 명을 넘으며 약 60만 유로의 수익을 창출했다. 이 수익은 지역 자선단체와 문화 보존 기금으로 사용되었고, 저가 항공사 라이언에어조차 성당과 가까운 사라고사 공항에 특별 항공편을 편성할 정도로 관심이 커졌다. 현재도 ‘에케 호모’ 벽화를 보기 위해 성당을 찾는 방문객들은 끊이지 않고 있다.
시간이 흐른 후 히메네스는 이 사건에 대한 악명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성당에서 판매되는 기념품과 관련 이미지의 저작권 수익을 나누는 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마을 관광 홍보를 위한 명예직을 맡게 되었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예술 가치와 실패를 넘어 대중문화의 힘을 상징하는 사례로 남게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2023년에는 이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오페라 ‘보라, 이 사람을(Ecce Homo)’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초연되며 다시 한번 세실리아 히메네스의 이야기가 조명받게 된다. 조롱의 대상에서 지역을 살린 상징으로 변화한 그녀의 삶은 현대 인터넷 시대가 개인의 실수를 어떻게 전 세계적 문화 현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