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후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급속히 붕괴되고 있으며, 세계는 다시 초강대국 중심의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최근에는 한 초강대국이 불법적으로 마약 운반선을 공격하거나 외국 정상들을 납치하는 사건들이 발생하고, 강대국들이 약소국의 국경을 위협하거나 재조정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국제법과 군비통제 협정은 무너지고, 무력 분쟁이 빈번해지는 현실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주요 해상 교통로에서의 항행의 자유조차 도전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증상들은 국제질서의 본질적인 변화를 드러낸다. 1945년 이후 형성된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점진적으로 이탈하고 있으며, 그 속도는 가속화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규칙과 규범의 힘은 약화되고, 힘의 논리가 더욱 두드러지는 거칠고 무자비한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이 이 질서를 허물거나 변화시키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비록 과거 미국이 국제규칙을 완벽하게 준수하지는 않았으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수십 년은 상대적으로 더 인간적이고 계몽적인 시기에 해당한다. 미국은 해양의 자유와 영토 정복 금지를 보호하며 동맹과 제도적 장치를 통해 안정과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그와 같은 시기가 이제 막을 내리려 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이 주도한 국제규칙에 반발하며, 그 힘이 커질수록 그러한 규칙을 되돌리려 하고 있다.
세계화의 과잉과 중국의 부상은 세계무역기구(WTO)를 약화시켰으며, 미국은 트럼프 정부 하에서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는지를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때때로 국제질서를 경멸하면서도,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차단하고 마두로 대통령을 제거하는 등 다소 모순된 행동을 보였다. 그러나 그의 국익 추구는 군함 외교와 무역 협정 파기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민주주의 증진과 인권 보호라는 명분을 희생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힘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강대국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으로만 이익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며,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신뢰와 영향력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 만약 미국이 그린란드를 차지하게 된다면 NATO와 같은 중요한 동맹체가 흔들릴 수도 있으며, 국제사회에서의 신뢰도 떨어질 것이다.
결국, 미국이 제시하는 ‘강자는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약자는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철학이 지속된다면, 미국 본인도 그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힘과 번영이 지속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믿음은 그러나 불확실성과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다음 정부와 미국 사회에 심대한 부담을 안길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