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독일에서 ‘특별기금'(Sondervermögen)이 최악의 단어로 선정되었다. 이는 연방정부가 부채를 통해 인프라에 투자하기 위한 예산을 의미하며, 이 용어는 정부가 부채 조달의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독일 ‘최악의 단어’ 심사위원회는 이 단어가 민주적 논의의 필요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1991년부터 매년 선정되는 최악의 단어 심사에서 언어학자와 언론인들은 시민들로부터 추천을 받는다. 지난해 추천 단어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즐겨 사용한 ‘거래(deal)’와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특정 상황에 대해 언급한 ‘더러운 일'(Drecksarbeit) 등 총 533개가 포함되었다. 그 중 ‘특별기금’이 가장 불명예스러운 언어로 꼽힌 것은 이 용어가 원래의 뜻인 특별 자산을 넘어 국채와 관련된 문제를 감추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의의를 가진다.
독일 정부는 지난해 3월 특별기금을 통해 인프라와 기후 대응을 위해 5000억 유로(약 859조 원)를 조성하였으며, 이를 12년에 걸쳐 사용하기로 했다. 이러한 결정은 부채 한도를 제한하는 기본법(헌법)의 예외 조항을 도입함으로써 이루어졌다. 한편, 이러한 부채 조달 방식은 독일의 재정 지출에 대한 오랜 제약을 우회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2026년도 예산안에는 1815억 유로(약 312조 원)의 신규 부채가 포함되며, 이는 최근 몇 년간의 예산에서 가장 높은 수치 중 하나이다. 전문가들은 국가 부채 비율이 2040년대에는 100%에 이를 우려가 있다며 경고하고 있으며, 오늘날의 정치적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특히, 특별기금의 사용이 선심성 공약 이행에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악의 단어 심사위원회는 “많은 사람들이 이 용어의 공식적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일상적인 맥락에서 오해하고 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는 공적인 소통에서 정부가 부채 조달의 실제 의미를 은폐하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적 토론을 저해하고 있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정부의 언어 사용 방식은 일반 대중과의 간극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처럼 부채 조달의 현실을 감추는 언어의 사용은 정치적 투명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경제 정책 논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