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왜 아직 등장하지 않았는가?

[email protected]



한국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는 기술적인 측면이 아닌 금융 구조와 정책 선택의 문제에 기인한다. 현재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결제 인프라와 경쟁력 있는 블록체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나,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시장에 등장하지 않는 이유는 구조적으로 복잡한 금융 시스템 때문이다.

저자 김동환 대니월드 대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바꾸는 돈의 판』에서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설명하고 있다. 한국의 금융 시스템은 중앙은행, 시중은행, 그리고 결제망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매우 효율적인 완성형 구조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스템은 새로운 플레이어가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이러한 기존 구조에 도전할 여지가 있다. 이는 은행이 맡고 있는 지급결제 기능을 민간이 일부 도입하려고 하며, 이는 중앙은행의 통화 관리와도 얽혀 있다. 하지만 기존 시스템에서는 이것이 권한 침해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논의가 지속적으로 중단되는 상황이다. “누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매번 되풀이되며, 이로 인해 정책 결정이 지연되고 있다.

은행이 발행할 경우, 이는 기존의 은행 예금과 다르지 않은 상황이 되고, 비은행이 발행할 경우에는 규제의 공백이 발생한다.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할 경우에는 이는 이미 스테이블코인이 아닌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로 간주된다. 어느 방법도 기존 질서를 바꾸지 않는 타당한 대안으로 생각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한국 금융 시장은 높은 신뢰도를 바탕으로 전통적인 금융 서비스가 잘 작동하고 있다. 계좌 이체 및 카드 결제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국민들은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있으며, 이러한 점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분석이 국내의 시각에 갇혀 있다고 지적한다.

해외 송금, 글로벌 정산, 디지털 자산 거래에서 원화의 활용은 미미하고, 그 공백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메우고 있다. 이런 현실은 한국 경제에서 원화 사용과는 별개로 디지털 경제에서는 달러가 기준이 되는 상황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는 단순히 통화 사용의 문제를 넘어, 글로벌 경제에서의 영향력 축소를 우려하게 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미루는 결정은 단기적으로 안전해 보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더 많은 선택지를 잃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기술 경쟁이 아닌 통화 경쟁의 관점에서 이러한 선택은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저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도입하지 않을 경우 포기해야 할 영역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앞으로 마주칠 세계는 글로벌 결제, 디지털 무역, 웹 기반 금융 서비스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원화의 존재감이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민간 스테이블코인과 정부의 디지털 화폐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다음 연재에서는 CBDC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관계를 다룰 예정이다. 두 통화 체계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런 선택이 우리 금융 시스템에 미칠 영향을 탐구할 계획이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