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에서 빅테크 기업들이 4000억 달러(약 573조 원)를 조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1700억 달러에서 급증한 수치로,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이 시장을 지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 채권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인공지능(AI)이라는 단일 위험 요소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의 10대 차입자 중 절반은 구글 모회사 알파벳,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등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하이퍼스케일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모건스탠리 또한 이들 기업이 올해 4000억 달러를 조달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는 내년 440억 달러까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과 대조적이다.
JP모건은 AI와 데이터센터와 관련된 부문이 현재 ‘JP모건 미국 유동성 지수’에서 14.5%를 차지하며, 2030년에는 20%를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성장은 그 자체로 우려를 낳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의 막대한 AI 관련 자본 지출이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AI 버블이 붕괴되면서 주식과 채권시장 모두에 심각한 타격이 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현재 채권 시장의 주요 차입자는 대형 은행과 통신사로, 이로 인해 채권 시장은 과거 기술주 중심의 주식 시장이 붕괴했을 때의 완충 역할을 해오고 있었다. 그러나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빠르게 AI를 확장하게 되면 변동성이 증가하고, 주식 시장과의 상관관계가 높아지면서 분산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T 로 프라이스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로렌 와간트는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투자 열풍은 유틸리티 및 산업재 관련 부문에도 영향을 미치며, AI에 대한 노출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아폴로의 애널리스트들은 이러한 경향이 발행 주체와 업종 전반에 걸쳐 분산된 것처럼 보일지라도, 점차적으로 AI에 대한 거시적 베팅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라클의 경우, 지난해 9월 180억 달러를 차입한 뒤 신용 스프레드의 급등이 이러한 위험을 방증하고 있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높은 신용등급으로 인해 AI 버블이 터지더라도 그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란 반론도 존재한다. 존 로이드 야누스 헨더슨 인베스터스의 글로벌 총괄은 알파벳과 메타 같은 차입 능력이 뛰어난 기업들이 신용등급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차입을 늘릴 여지가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AI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주식시장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이들 기업의 신용도는 여전히 매우 견고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달러 약세 정책을 지지하고 있으며, 이는 빅테크의 회사채 발행이 시장에서 위험 자산 선호를 부추길 경우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책 환경과 맞물려 자금이 위험 자산으로 이동하며 달러 약세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