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정부가 자국의 암호화폐 시장 규모를 최초로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러시아는 하루 약 6억 4,700만 달러(약 9,329억 원)의 암호화폐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연간 거래 규모는 1,290억 달러(약 185조 9,406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러한 수치는 러시아의 암호화폐 시장이 서방 국가의 제재 속에서 사실상 ‘그림자 시장’으로 성장해 온 것을 보여주는 지표로, 정부는 이제 이를 제도권으로 흡수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이반 체베스코프 러시아 재무부 차관은 최근 ‘디지털 금융자산: 새로운 시장 구조’라는 테마의 알파 토크 콘퍼런스에서 일일 암호화폐 활동 규모를 약 500억 루블, 즉 미 달러로 환산하면 약 6억 4,700만 달러에 달한다고 발표하였다. 러시아 당국은 이를 바탕으로 연간 암호화폐 거래액이 약 10조 루블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현재 상당 부분이 공식적인 감독 체계에서 벗어나 운용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미 기존의 증권사 및 거래소를 통한 암호화폐 거래를 합법화하기 위한 새로운 규제 틀을 제안한 상태다. 이 관련 법안은 러시아 하원인 국가두마의 ‘봄 회기’ 동안 처리될 예정이며, 의회는 3월 중 구체적인 법안 초안을 제출하고, 늦어도 7월 1일까지는 승인 절차를 마칠 계획이다.
러시아 내 암호화폐 채택의 가속화 배경에는 2022년에 발생한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금융 제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국제 결제망과 전통적인 금융 채널이 차단되자, 기업과 개인 모두가 국경을 넘어 자금을 이동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암호화폐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체이널리시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현재 유럽 지역에서 암호화폐 ‘온체인’ 거래 기준으로 최대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규제안에는 비트코인(BTC)과 법정 통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을 ‘통화 자산’으로 분류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 경우, 인가된 금융기관과 거래소는 해당 자산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와 상품을 공식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되며, 반대로 무허가로 암호화폐 관련 영업을 하는 사업자에 대한 제재와 처벌이 강화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정부가 암호화폐 시장을 전면적으로 통제하기보다는 최소한의 규제 안에서 과세와 자본 통제를 도입할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암호화폐를 제도권에 편입하면 자금세탁 방지(AML)와 고객확인(KYC) 의무가 강화되어 거래의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암호화폐를 ‘통화 자산’으로 규정할 경우 글로벌 규제 기조와의 충돌과 제재 위반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만약 이 입법이 계획대로 7월 1일까지 완료된다면, 러시아 암호화폐 시장은 ‘비공식 대규모 시장’에서 ‘규제 하에 관리되는 거대 시장’으로 성격이 전환될 것이다. 이는 글로벌 거래 흐름과 온체인 데이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투자자와 업계 관계자들은 러시아의 최종 규제 방향을 주의 깊게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