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0조원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 상승세가 하루 만에 주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사주 매입 결정 자체는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현재 삼성전자가 처한 경쟁력 회복의 긴급성이 크기 때문에 이러한 조치가 시장에서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은 다소 신중하다. 19일 오전 10시 30분,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일 대비 100원 상승한 56,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전날 5.98% 급등 후의 소폭 조정이다.
한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주가는 각각 2.85%와 1.22%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주식은 전날 10% 이상 상승한 뒤 차익 실현 매물로 인해 하락세로 돌아섰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주가가 삼성전자보다 더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인 것은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주 환원이 증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의 지분을 각각 8.51%와 1.49% 보유하고 있으며, 현행 금산법에 따르면 이들 두 회사의 지분률 합계는 10%를 초과할 수 없다. 만약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소각하여 두 회사의 합산 지분이 10%를 초과할 경우,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거나 초과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2018년에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으로 인한 초과 지분을 동일 비율로 매각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자사주 매입과 소각으로 인한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신영증권의 박상욱 연구원은 “현재 기업의 경쟁력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자사주 소각이 얼마나 큰 효과를 낼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하며, “실질적으로 자사주 소각이 주가 하락을 막아줄 수는 있지만, 업황 전망이 부정적이므로 효과는 미미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증권사들의 삼성전자를 향한 전망도 여전히 부정적이다. iM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76,000원에서 72,000원으로 하향 조정하며, 이는 다른 증권사들 중 가장 낮은 목표가이다. iM증권의 송명섭 연구원은 “업황 하락 사이클이 갓 시작되었으며, 회사의 본원 경쟁력 회복을 확인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현재가가 매수 시점이 아닌 만큼 내년 1분기부터 분기 영업이익이 하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업황 회복이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NH투자증권의 류영호 연구원은 “지속적인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메모리 업황 개선과 고대역폭 메모리(HBM) 부문의 개선, 고도 공정으로의 빠른 전환이 필요하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기술 경쟁력 회복과 파운드리 부문의 발전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