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10곳 중 7곳이 내년 자금 사정이 올해보다 더욱 나빠질 것으로 전망하고 경영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글로벌 경기 둔화, 내수 부진, 그리고 정치적 불안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내년 자금조달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매일경제의 프리미엄 뉴스 서비스인 ‘레이다M’이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9개 국내 대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재무 담당 임원 중 67.3%에 달하는 33곳이 “내년 기업 자금 사정이 올해보다 악화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는 대답은 26.5%(13곳)였으며, ‘올해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의견은 단 3곳(6.1%)에 그쳤다.
대기업들이 자금 사정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 항목은 경기 침체(97.2%)가 가장 높았으며, 일부 기업들은 회사채 시장과 같은 자금조달 시장의 악화 가능성(22.2%)과 기업공개(IPO) 환경의 악화 우려(22.2%)를 추가로 지적했다. 내년 자금 운영을 위협하는 요소로는 경기 부진이 87.8%의 비율로 가장 많이 언급되었고, 환율(26.5%), 고금리(20.4%), 물가상승(10.2%)과 비교했을 때 압도적인 차이를 보였다.
한 식품 및 유통 대기업 CFO는 “원자재 수입 때문에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정치적 불안으로 인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라고 밝히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대비책이 마련되어 있지만, 그 이후는 불확실하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자금 운용에 있어 비용 절감과 빚 줄이기, 즉 디레버리징을 최우선 고려사항으로 삼고 있는 등 지출을 더욱 조이려는 계획이다. 설문에 따르면, 내년 자금 운용 시의 최우선 고려사항으로 비용 절감(46.9%)과 디레버리징(40.8%)이 가장 많이 언급되었다. 이는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자금 여력이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기회가 있다면 신성장 동력 발굴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기업들도 있었으며, 내년 자금 사용 목적을 묻는 질문에선 ‘재무구조 개선'(51%)과 ‘신성장 동력 발굴'(51%)이 동등하게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결론적으로, 내년 자금과 관련된 운용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경기 침체 우려와 정치적 불안 요소를 고려하며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으며,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향후 성장의 기회를 모색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