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노동조합인 AFL-CIO가 성명을 통해 미 상원에서 제안된 암호화폐 규제 법안 초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이들은 해당 법안이 근로자 보호 장치를 결여하고, 암호화폐 산업 전반에 대한 감독을 지나치게 느슨하게 두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AFL-CIO는 지난 4일 상원 은행위원회에 공식 서한을 보내 ‘책임 있는 금융 혁신법(RFIA)’이 금융 시스템 전반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AFL-CIO의 수석 법률 책임자인 조디 칼레민은 이 법안이 특히 암호화폐와 퇴직연금자금을 연결함으로써 미국 경제의 금융 안정성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법안은 암호화폐 산업이 충분한 감독 없이 금융 시스템 내에서 더 광범위하고 심층적으로 작동하도록 허용하게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강하게 지적했다.
문제의 법안은 신시아 루미스와 커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이 2022년에 처음 발의했으며, 올해 초기 개정을 거쳐 현재 다시 논의되고 있다. 상원 은행위원회는 하원이 통과시킨 ‘CLARITY법’ 대신 RFIA를 중심으로 대안을 마련하고 있으나, 두 법안의 관할 기관 및 규제 초점이 서로 다르기에 조율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칼레민은 “노동계는 디지털 자산의 변동성과 위험으로부터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 체계 개선을 지지하나, 이번 법안은 규제를 가장한 ‘허울뿐인 법률’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RFIA가 401(k)와 같은 퇴직금 계좌 및 연금 펀드에서의 암호화폐 투자를 사실상 허용함으로써 근로자들의 경제적 노출을 확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불어 칼레민은 FDIC 예금보험기금이 암호화폐 수탁을 허용한 은행의 파산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이 법안이 증권 및 자산의 토큰화를 공식화하며, 민간 기업들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감독을 피하고 ‘그림자 주식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고 강조했다.
AFL-CIO는 현재 1,200만 명 이상의 조합원을 대표하는 미국 최대 노동단체로, 이들의 입장은 암호화폐가 미국의 실물 경제와 노동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책적 균형을 요구하는 매우 중요한 목소리로 해석될 수 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 등 암호화폐 수용 입장을 지지하는 공화당 주요 인사들과의 상반된 시각 속에서 디지털 자산 규제를 둘러싼 입법 논의는 더욱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