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그룹의 지주사인 HL홀딩스가 최근 자사주식 약 4.8%를 비영리재단에 무상으로 증여하기로 결정하자 주주들 사이에서 강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회사 측이 ‘사회적 책임 이행’을 내세우고 있으나, 많은 주주들은 이러한 결정이 그동안 강조하던 주주가치 제고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비판하고 있다.
HL홀딩스는 지난 11일 자사주 47만1,193주를 무상으로 재단에 이전한다고 공시하였다. 이는 발행된 총 주식의 약 4.76%에 해당하며, 주가 기준으로 약 163억 원 규모에 달한다. 회사는 이 조치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겠다고 표명했지만, 주주들은 자사주의 의결권을 부활시켜 최대주주의 지지 세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오너 일가 입장에서는 자사주 증여를 통해 자본금 부담 없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되어, 실질적으로 자신의 지배력을 확보하는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HL홀딩스는 이전에 두 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주주환원을 약속해왔으나, 최근 주가 하락세와 더불어 이러한 무상증여가 주주 친화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HL홀딩스의 자사주 증여가 실제로 효율적인 경영권 방어책으로 해석되지 않으며, 오히려 고려아연을 둘러싼 적대적 M&A 우려의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현재 정몽원 회장을 포함한 특수 관계인의 지분이 31.58%에 불과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주주 지분율이 낮다는 것이다. 이는 향후 기업 전체의 지배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불어, 이번 자사주 증여는 회사의 재무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약 163억 원의 기부금이 일시에 회계 손실로 반영되며, 과거 3년 평균 순이익의 약 30%에 해당하는 금액에 달한다. 더욱이 재단에 추가 배당을 지원할 경우 추가적인 재무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HL홀딩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현재 0.3배에 불과해 시장에서 저평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배경 속에서 일어난 자사주 비영리재단에 대한 무상증여는 업계에서 또 다른 악용 사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과거 KT&G 또한 유사한 사례로 행동주의 펀드의 압박을 받았던 점을 비추어 볼 때, HL홀딩스의 결정이 향후 기업 운영에 미칠 영향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