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네이버웹툰이 나스닥에 상장한 이후, 한국 기업들이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사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업계에서는 야놀자와 무신사가 잠재적인 상장 후보로 언급되고 있지만, 실제 상장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불확실하다.
특히 야놀자는 상장 후보군 중에서 가장 주목받아온 기업이다. 지난해부터 글로벌 투자은행과 함께 미국 증시 직행을 타진했으나, 최근 실적 악화로 인해 상장 계획이 주춤해진 상황이다. 초기에는 2000억원 규모의 EBITDA(상각전 영업이익)에 50배의 멀티플이 적용되어 기업가치가 10조원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야놀자는 70억~9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기반으로 약 4억 달러(약 5473억원) 규모의 공모를 추진할 수 있다고 보도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전망은 실제 실적과 괴리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야놀자의 매출은 9245억원, 영업이익은 491억원에 그쳤으며, 코로나19 이후 여행 및 숙박 수요의 회복이 기대만큼 빠르지 않았고, 플랫폼 투자 및 해외 진출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되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4626억원, 영업이익 24억원으로 수익 규모가 전년 대비 크게 감소했다. 이러한 실적의 하락은 비상장주식 거래 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올해 초 4조원대로 평가받던 기업가치가 최근 3조2000억원대로 떨어졌고, 글로벌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크게 꺾인 상황이다.
한편, KT는 최근 국내 회계법인에 야놀자 지분 매각 자문을 의뢰하며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야놀자의 나스닥 상장이 불투명해진 데 따른 ‘출구 전략’으로 해석된다.
무신사는 야놀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6705억원, 영업이익은 5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10대와 20대 소비자들 사이에서 온라인 패션 플랫폼의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무신사는 최근 국내외 증권사에 RFP(입찰제안요청서)를 발송하며 상장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최대 10조원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무신사는 미국 증시 상장 유지를 위한 비용 부담이 크다는 점이 우려된다. IB 업계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경우 연간 최소 100억원의 유지비용이 발생한다고 한다. 이는 무신사의 연간 영업이익이 1000억원대 수준인 점을 고려할 때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나스닥의 경우 해마다 상장 유지비로 주식 수에 따라 최소 5만2500달러에서 최대 18만2500달러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며, 외국 기업의 경우 공시 준비 및 법률, 회계 자문 등에 따른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이렇듯 야놀자와 무신사 두 기업 모두 상장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으며, K유니콘들이 다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면 실적 개선과 비용 구조 혁신이라는 과제를 해소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