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로열뱅크(RBC)는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으로, RBC는 2026년까지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ore CPI)가 대부분의 기간 동안 전년 대비 3%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높은 주거비와 지속적인 임금 상승이 이러한 스태그플레이션 경향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RBC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라이트’한 형태일지라도 미국 경제에 상당한 압박을 가할 것이라며, 성장 둔화와 함께 높은 물가로 인해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높은 주거비가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었으며, 주거비 추정치(OER)는 9월 기준 전년 대비 3.7% 상승했다. OER은 집주인이 임대료를 지불한다고 가정한 지표로, 이로 인해 근원 CPI에 지속적인 상승 압력이 가해진다. RBC는 이 지표가 연방준비제도의 목표인 2% 수준으로 되돌리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또한, 고착화된 임금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9월 민간부문 근로자의 평균 시간당 임금은 전년 대비 3.8% 증가했으며, 주거비를 제외한 근원 서비스 물가는 40년간 단 한 번도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이 없다. 따라서 임금 상승이 계속된다면, 주거비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는 의미 있게 낮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RBC는 강조했다.
재화 물가 상승도 주목할 만하다. 재화 인플레이션은 지난 1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9월에는 연율 1.8%에 달했다. RBC는 팬데믹 이후 공급망과 수요가 정상화됨에 따라 재화 가격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도입한 상호관세가 재화 물가에 추가적인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RBC는 이러한 관세의 가격 전가 효과가 내년 2분기에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RBC는 과도한 정부 지출이 내년 미국 경제 성장세를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부 지출은 일반적으로 경기 부양 효과가 있지만, 공공부문에서의 지출 확대는 생산성을 저하시켜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공부문 비중이 커질수록 생산성이 낮은 분야가 확대되고, 이에 따른 국채 발행 증가가 금리 상승을 유도하여 민간 투자를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RBC는 또한 막대한 국가 부채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며 스태그플레이션의 압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증가하는 정부 지출과 이자 비용은 물가 압력을 높이고 민간 투자 위축 등 여러 경로로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증가시킬 균형을 이룰 수 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향후 10년 동안 미국이 누적 약 21조 달러의 재정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