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8조 원 자금 조달 계획…메리츠증권과의 협업으로 투자자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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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이 올해 자회사 자금을 포함해 총 8조 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이 자금은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의 기존 투자자들에게 빌린 돈을 상환하고, SK온의 사업 여력을 확충하는 데 사용될 계획이다. 이번 조치로 SK온은 앞으로 수년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SK이노베이션은 보도자료를 통해 8조 원의 조달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 자금 조달 방식은 제3자 유상증자 및 영구채 발행을 포함하며, SK이노베이션이 5조7000억 원, SK온이 2조 원,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3000억 원을 각각 조달할 예정이다. 특히 SK온과 SKIET가 조달하는 2조3000억 원 규모에 대해서는 SK이노베이션이 주가수익스왑(PRS) 계약을 통해 지급 보증을 할 방침이다.

가장 중요한 측면은 이번 ‘투자자 교체’다. SK이노베이션은 기존의 재무적 투자자(FI)인 MBK컨소시엄 및 한국투자PE컨소시엄에 대해 3조5880억 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이들 투자자와의 ‘2026년 상장’ 약속을 지키기 어려워지자, 원금 2조8000억 원에 이자를 추가해 보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신 SK이노베이션은 새로운 투자자인 메리츠증권을 통해 약 5조 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메리츠증권은 SK이노베이션에 연환산수익률(IRR) 5%를 보장해주기로 했다. 이는 SK온의 기존 투자자들이 보장받았던 IRR ‘7.5%+α’보다 낮은 수치로, SK 측의 재무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SK온은 메리츠증권으로부터 약 2조 원을 먼저 조달받았으며, 이 중 3000억 원은 기존 부채 상환에 사용하고, 나머지 약 1조7000억 원은 원자재 구매와 사업 확장에 활용할 예정이다. 추가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합병한 SK E&S LNG 발전 사업부를 담보로 하여 약 3조 원을 메리츠증권으로부터 더 조달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이 투자자 교체에 나선 배경은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의 재무 부담을 줄이면서 사업을 지속 가능하게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IB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합병한 SK E&S의 주요 사업부를 담보로 잡히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IB 관계자는 “SK온이 실적을 개선해 흑자 전환에 성공하지 못하면, 투자자에게 핵심 자산을 빼앗길 위험이 있다”며 경고했다.

이번 자금 조달 계획은 SK이노베이션이 SK온의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중요한 기틀이 될 것으로 보이며, 향후 배터리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성공적인 이행 여부는 SK온의 실적 개선에 달려있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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