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유통, 문화, 그리고 제조업 전반에 걸쳐 기업 간의 합병 및 인수합병(이합집산)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저성장과 경쟁력 감소로 인해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서로 합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의 경제 상황은 내수 경기 침체와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특징지어지며, 이로 인해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통해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화업계에서는 2위와 3위 기업인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의 합병이 추진되고 있으며, 이는 코로나19 이후 악화된 극장 수익성을 타개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만약 이 두 기업이 합쳐지면, 국내 영화관 시장은 사실상 CJ CGV와 함께 메가박스-롯데시네마 합작 법인만 남게 된다.
마트 산업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현재 홈플러스는 MBK파트너스에 의해 매각이 추진되고 있으며, 이마트와 롯데쇼핑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사실상 홈플러스의 매각은 유통업계의 구조 조정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며, 온라인 쇼핑의 급성장으로 인해 전통적인 마트 사업의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석유화학 시장에서도 HD현대와 롯데케미칼 간 설비 통합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중국 석유화학 산업의 덤핑 공세와 중동의 통합정유 공장 부상으로 인해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대형 기업 간의 합병이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현재 공정위는 신세계그룹의 G마켓과 알리 합작법인 설립에 대한 심사를 지체하고 있으며, 이는 구조조정 속도를 저하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공정위가 IMF 외환위기 당시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 승인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 간의 합병은 불가피하나, 독과점 문제로 인해 소비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행태적 시정명령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구조조정은 이루어지되, 시장 경쟁과 소비자 선택권이 보장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런 배경 속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는 현재의 경제 상황이 IMF 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언급하며, 중장기적인 경제 성장 필수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공정위가 유연한 심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저성장 시대의 현실에서 기업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협업과 합병을 통한 효율적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며, 이는 공정위의 유연한 정책과 함께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기업들이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한 다각적인 접근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