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의 IE 대학교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인 75%가 경찰과 군대에서의 얼굴 인식 및 생체 정보를 포함한 인공지능(AI) 기술의 사용을 지지한다고 한다. 이러한 지원 비율은 유럽에서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데이터 개인정보 보호 규정이 시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놀라운 결과로 해석된다.
2018년, 유럽연합은 일반 데이터 보호 규정(GDPR)을 도입하여 조직들이 사용자의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방식에 대한 규범을 설정했다. GDPR을 위반할 경우 연간 전세계 수익의 최대 4% 또는 2천만 유로(약 2천170만 달러) 중 더 높은 금액에 해당하는 막대한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IE 대학교의 과학기술학부 학장인 이끄라크 시두(Ikhlaq Sidhu)는 이 보고서에 대한 논평에서 “대중이 이러한 AI 응용 프로그램의 후폭풍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또한 AI가 교통 최적화와 같은 공공 서비스 업무에서의 사용에 대한 지지 비율이 79%에 달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가석방 결정과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대다수의 유럽인(64%)이 AI의 사용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I의 민주적 과정 내 역할에 대한 우려는 더욱 두드러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인의 67%가 AI가 선거에서 조작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지고 있으며, AI가 잘못된 정보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염려하고 있다. 특정 사용자가 허위 정보를 사용하여 타인의 의견을 방해하려는 시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딥페이크라 불리는 AI로 생성된 합성 이미지, 비디오 또는 오디오 클립이 정치인의 견해를 잘못 전달하거나 다른 형태의 허위 정보를 퍼뜨릴 수 있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유럽인들은 AI가 이미 그들의 투표 결정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 수치는 31%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의 2024년 대선이 다가오는 가운데, 현 부통령 카말라 해리스가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 대결하게 되면서 더욱 의미를 갖는다.
세대 간 AI에 대한 신뢰 수준을 보면, IE 대학교의 보고서는 뚜렷한 세대 간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18세에서 34세의 젊은 층 중 약 34%가 AI 기반 애플리케이션이 정치인을 대신하여 투표를 해주는 것에 대해 신뢰한다고 응답한 반면, 35세에서 44세 사이의 인구는 29%로 줄어들고, 65세 이상의 세대는 오히려 9%에 그쳤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AI 기술이 개인의 삶과 민주적 절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중요한 논의를 촉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AI 기술의 발전이 법 집행과 공공 서비스에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민주적 절차와 관련해서는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상충된 태도는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내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