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 5개국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을 통해 실명 환자들이 시력을 일부 되찾는 놀라운 성과가 발표되었다. 이 임상시험은 미국의 바이오기업 사이언스 코퍼레이션이 개발한 ‘프리마(Prima)’라는 이름의 임플란트를 이용한 것으로, 총 38명의 실명 환자가 참여했다.
참여한 환자들은 ‘지리적 위축증(GA)’으로 불리는 건성 황반변성(AMD) 환자들로, 이들은 머리카락 굵기 정도의 두께를 가진 지름 2㎜의 초소형 광전 마이크로칩을 망막 아래에 이식받았다. 그 후, 환자들은 비디오카메라가 장착된 특별한 안경을 착용했으며, 이 안경은 적외선 신호로 변환된 영상을 눈 속의 칩으로 전송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신호는 휴대용 프로세서를 거쳐 시각 정보를 복원하게 된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들은 새로운 형태의 시각 정보를 해석하는 훈련을 받은 결과, 32명 중 27명이 중심 시력을 활용해 글자를 다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런던 무어필즈 안과병원의 마힛 무킷 전문의는 “이들은 시력 상실로 인해 글자 읽기나 얼굴 인식이 불가능했던 고령자들로, 이제 어둠 속에서 벗어나 다시 시각을 되찾았다”며 이번 연구의 전례 없는 성과를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의학 저널인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에 발표되었으며, 주저자인 독일 본대학교의 프랑크 홀츠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지리적 위축증으로 실명한 환자에게 중심 시력을 회복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입증했다”고 밝혀, 말기 AMD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
70세의 참가자 실라 어빈은 “나는 평생 독서광이었지만 실명으로 인해 읽는 삶을 상실했다”며 “전혀 볼 수 없었던 글자가 보이기 시작했을 때 정말 짜릿한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머리를 고정하고 특수 안경을 사용해야 하는 점 때문에 실외에서는 이 기술을 활용하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프리마 임플란트는 정식 상용화 이전 단계에 있어 임상시험 외에는 사용할 수 없으며, 비용 또한 미정이다. 무킷 전문의는 “향후 몇 년 내에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를 통해 제공되기를 기대하며, 단 선천적인 시각 장애인은 시신경 기능이 없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