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하루 3000보에서 5000보를 걷는 것만으로도 알츠하이머병 초기 단계에 있는 고령층의 인지 저하 속도를 평균 3년 늦출 수 있다는 결과가 밝혀졌다. 특히, 하루 5000보에서 7500보를 걷는 사람은 인지 저하가 7년까지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신경과 연구팀에 의해 진행되었으며, 50세에서 90세 사이의 성인 296명을 대상으로 14년 동안 관찰한 결과다.
알츠하이머병은 뇌 속에서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라는 단백질이 축적되면서 발병하는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30대부터 뇌세포 사이에 축적되기 시작하여 신호 전달을 방해하고, 이후 타우 단백질의 엉킴으로 인해 뇌세포 손상을 초래한다. 연구를 이끈 웬디 야우 박사는 운동이 기억력 저하와 관계있는 타우 단백질의 축적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이 만보계를 통해 하루 걸음 수를 기록하고, 매년 인지 기능 검사를 받았다. 초기에는 PET(양전자 단층촬영)를 통해 뇌 속 단백질 축적 정도를 측정했으며, 걷기와 인지 저하의 관계를 면밀히 분석했다. 이 결과, 거의 걷지 않는 사람의 경우 타우 단백질 축적이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기억력 저하도 빨라졌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에는 걷기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연구진은 이미 아밀로이드가 쌓인 상태에서도 규칙적인 걷기를 통해 타우 단백질의 증가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구 책임자인 리처드 아이작슨 박사는 알츠하이머병 예방을 위해 하루 특정 걸음 수에만 의존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하다고 언급하며, 비만, 당뇨병 전단계, 고혈압 등의 위험 요인을 가진 사람들이 걷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작슨 박사는 운동이 아밀로이드 축적을 줄이고 인지 기능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향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며, 이전 연구에서 운동하는 생쥐의 뇌에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약 50% 줄어든 사실을 들어 운동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고령화 사회에서 인지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며, 앞으로도 운동과 알츠하이머 예방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시점임을 알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