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공개성’ 문제로 기관 자금 유치 어려운 온체인 금융, 선택적 공개로 해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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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체인 금융의 대중화를 가로막고 있는 핵심 문제는 ‘너무 공개적’이라는 점이다. 블록체인의 공개원장은 업계에서는 투명성과 신뢰의 상징으로 여겨지지만, 실제 사용자와 기업은 오히려 프라이버시를 강화하길 원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모든 거래가 영구적으로 기록되고 공개된다는 구조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만약 신용카드 결제를 할 때 이웃이 결제 내역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대다수는 카드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기업들은 경쟁사가 거래처와 단가, 발주량 등을 조회할 수 있다면 사업의 지속 가능성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온체인과 오프체인의 딜레마는 명확하다. 온체인은 지나치게 공개적이고, 오프체인은 너무 비공식적이다. 규제 준수와 감사 기능을 이행하기 위해 공개해야 하는 정보가 있지만, 기업 활동의 핵심 정보는 비공개로 유지되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온체인이 제도권 자본의 대규모 자금 흐름을 담아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택적 공개’와 ‘기밀성’이 조합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이 블록체인 도입에 신중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 기업 재무조직 등 수십억 달러를 운용하는 주체들이 공개원장에서 거래를 할 경우, 그들의 포지션, 주문 흐름, 상대방 정보가 공개되어 시장 전체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이는 그들의 전략이나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과 같아 실제 참여 유인도를 떨어뜨린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구조는 낮은 수수료와 빠른 결제 속도를 약속하지만, 그 대가로 기업의 프라이버시가 위협받는 듯한 모습이다. 만약 모든 거래 내용이 공개되어 기업 간의 상호작용이 드러난다면, 산업의 공급망이 노출될 위험이 크다. 따라서 기업들은 규정을 준수하면서도 민감한 정보를 숨길 수 있는 방안, 예를 들어 규제기관이나 감사인에게만 열어주는 ‘열람 키(viewing key)’와 같은 방법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법을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이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유로 종종 제시되는 것이 인터넷의 초기 상황이다. 처음에는 상거래에 적합하지 않았으나, SSL 암호화가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안전한 결제가 가능해졌다. 블록체인도 이와 유사한 ‘SSL 모먼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최근 이러한 인프라는 백서 속 이론을 넘어 실제 구현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칸톤 네트워크(Canton Network)는 허가형 구조를 통해 기업 금융 영역에서 프라이버시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한, 비트코인(BTC)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서 가치 저장 수단으로는 뛰어났으나, 디파이(DeFi)에서는 잔고와 거래 상대가 공개되어 상업적 사용의 한계가 지적되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타크넷이 비트코인에 기밀성 레이어를 추가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앞으로 선택적 공개와 프로토콜 차원의 기밀성이 필수적인 기본값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블록체인이 글로벌 금융 인프라로 성장하려면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기업의 영업비밀이 보호되는 안전한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새로운 기회를 선도하는 네트워크가 등장할 것인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으며, 차세대 글로벌 금융의 법칙을 주도하는 주체는 누구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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