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혁신의 적이 아니다 — 글로벌 토큰화 패권 전쟁의 새로운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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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의 금융 시장에서는 규제가 더 이상 혁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니다. 오히려 규제는 자본의 흐름을 활성화하는 기반이 되어, 시장 성장에 기여하는 강력한 촉진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24년까지, 규제 당국은 토큰화의 일반화에 대한 최대의 걸림돌로 여겨졌으나, 2025년부터는 규제가 명확한 틀로 재편되면서 자본은 더욱 안전하고 투명한 경로로 흐르게 되었다. 이로 인해 글로벌 토큰화 패권 전쟁이 새로운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유럽연합은 2024년 말 세계 최초의 통일된 가상자산 법적 프레임워크인 MiCA(가상자산시장법)를 시행하였다. 이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게 100% 유동성 준비금과 엄격한 상환 권리를 요구하며, 유럽 내 27개국에서 단 하나의 라이선스만으로 사업을 할 수 있게 하여 규제의 파편화를 해소하고 단일 시장을 창출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미국도 2025년 7월 ‘GENIUS 법’을 제정하여 연방 차원의 스테이블코인 프레임워크를 마련하였다. 이 법은 결제용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100% 유동성 준비금을 요구하고 월간 공시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전통 금융기관인 JP모건 등의 참여와 시장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CLARITY 법’을 통해 SEC와 CFTC 간의 관할권 분쟁을 해결하며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혁신적인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설계된 안전(Safe by Design)’을 바탕으로 국채와 외환, 펀드 자산의 토큰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홍콩은 스테이블코인 조례와 가상자산 라이선싱 체계로 아시아 내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법적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토큰화의 본질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질서의 문제이다. 김태림 저자는 8년간 디지털 자산과 법 규제 사이에서 실무를 해오며 이 점을 실감하였다고 말한다. 즉, 토큰화는 규제를 피해 가기보다는 규제의 틀 안에서 구조적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토큰화된 자산은 결제, 정산, 담보 관리 등의 규칙을 내장한 지능형 자산으로, 이는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을 효율적으로 시장에 전달하고 실시간 감시 체계로 금융 감독을 혁신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IT 인프라와 강력한 금융 규제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각난 법체계가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전자증권법, 특정금융정보법 등 세 가지 법이 서로 다른 시각으로 토큰화를 바라보는 ‘제도적 불일치’가 한국 내 기관 투자자들의 참여를 저해하고 있다. 이제는 한국만의 금융 운영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결단이 시급하다.

한국은 조속히 글로벌 토큰화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변화들을 모색해야 한다. 다음 편에서는 3,310억 달러에 달하는 토큰화 시장의 성장 실체와 기관 투자자들이 ‘파일럿에서 실전 배치’로 전환하여 더 큰 참여를 이끌어낼 방법을 분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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