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국방부는 지난 3월 앤스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한 후 약 3개월 만에 이 회사의 최신 AI 모델인 페이블 5와 미토스 5에 대한 외국인 접근을 금지했다. 이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한 조치로, 특정 국가가 아닌 모든 외국인의 접근이 제한되며,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의 동맹국 및 해당 기업의 외국인 직원들까지 포함된다.
앤스로픽의 CEO인 다리오 아모데이는 외국인 직원들까지 접근이 금지된 상황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며 즉각적으로 두 모델의 서비스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극단적인 결정은 미국 정부가 AI 모델을 국가 안보 자산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번 사태는 더욱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핵 기술 공유를 제한하기 위해 제정된 ‘맥마흔법’의 AI 버전처럼 보인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아모데이에게 이 같은 제한 사항을 직접 통보했으며, 정부는 AI 모델 사용에 있어 안전성 문제를 강조했다. 앤디 제시 아마존 CEO가 페이블 5의 탈옥 가능성을 지적한 후, 백악관은 앤스로픽에 문제 수정이나 서비스 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앤스로픽은 이러한 취약점이 다른 AI 모델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조치는 단순히 국가 안보 조치를 뛰어넘어 정치적 갈등의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앤스로픽의 AI 모델 ‘클로드’ 사용을 금지한 조치를 취하며, 앤스로픽과의 갈등을 강화해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반감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정치적 배경 외에도 이번 조치는 미국 정부가 첨단 AI 기술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관리하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정부는 AI 기업들이 최고 모델을 공개하기 전에 사전 접근권을 제공하라는 자율 규제 체계를 마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며, 이 조치는 앤스로픽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들이다. ‘파이브 아이즈’ 국가들까지 포함된 접근 제한은 각국에서 AI 주권 확보에 대한 논의를 촉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각국의 AI 전략이 재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미국의 AI 의존도를 낮추고 독립적인 AI 기술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증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차단 조치는 앤스로픽의 연내 기업공개(IPO) 계획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앤스로픽은 올해 10월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최근 9650억 달러(약 1455조 원)로 평가받았다. 이는 앤스로픽이 오픈AI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닌 AI 스타트업으로 부상했음을 나타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