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인공지능(AI) 기업의 저가 공세가 미국의 주요 AI 모델 이용료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실리콘데이터의 토큰 가격지수에 기반해 지난달 중순 이후 미국의 주요 AI 기업들은 약 25%의 이용료를 인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토큰은 AI 언어모델이 정보를 처리할 때 사용하는 기본 단위이며, 사용량에 따른 요금을 계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국의 대표 AI 기업인 오픈AI와 앤스로픽은 중간급 모델의 이용료를 잇달아 대폭 낮췄다. 오픈AI는 GPT-5.6 루나의 입력 토큰 사용 요금을 100만 개당 1달러에서 0.20달러로, 출력 토큰 요금을 100만 개당 6달러에서 1.20달러로 인하했다. 이에 앤스로픽도 클로드 오푸스5의 입력 토큰 가격을 100만 개당 5달러, 출력 토큰 가격을 100만 개당 25달러로 설정했는데, 이는 경쟁 모델인 페이블5의 가격의 절반 수준에 해당한다. 또한, 앤스로픽은 예고했던 소넷5의 가격 인상 계획도 철회했다.
하지만 단순히 토큰 단가만으로 AI 모델의 실제 이용 비용을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 성능이 높은 모델은 작업을 완료하는 데 필요한 토큰 수가 적어, 결과적으로 비용은 더 낮을 수도 있다. 이와 더불어 대부분의 AI 모델은 추론 강도를 조절할 수 있어 같은 모델일지라도 사용하는 컴퓨팅 자원에 따라 성능과 비용이 변동할 수 있다.
중간급 모델의 가격 인하는 미국 AI 기업들이 그간 성능 중심의 경쟁에서 가격 경쟁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 기업들은 주로 기술을 비공유하는 ‘폐쇄형’ 모델을 제공해왔지만, 개방형 모델의 성능 향상으로 인해 가격을 낮추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AI 이용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미국 기업 간의 가격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앤스로픽과 오픈AI는 일부 고객의 요금제를 정액제에서 사용량 기반 과금 방식으로 변경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기업들이 더 저렴한 모델을 시험하거나 사용량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도어대시와 에어비앤비는 비용 절감을 위해 중국산 AI 모델을 도입하기 시작한 바 있다.
한편, 중국 AI 기업들은 신제품 출시를 통해 미국의 선도 모델과의 성능 격차를 점차 좁히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 기술업계에서는 기술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는 것에도 불구하고, 고객을 중국 업체에게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가격 경쟁은 중간급 모델에 집중된 모습이다. 웹호스팅업체 호스팅어의 AI 기술 책임자는 최고 성능 모델의 가격이 보합세를 유지하거나 심지어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가격 변화가 미국 AI 기업들이 최고급 모델 가격을 방어할 수 있을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미국 AI 기업들은 중간급 모델의 가격을 낮추는 동시에 최상위 모델의 가격은 방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동향은 향후 AI 산업의 경쟁구도와 가격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