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일본식 무역 합의 압박에 강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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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처를 본인이 직접 지정하겠다는 요구를 했으나, 한국 정부가 이를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시간) 한국이 일본과 유사한 무역 합의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한·미 간의 합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의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5일 미국을 방문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협상에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고 언급하며 긴장된 협상 상황을 강조했다. 이번 협상은 한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제안한 이후 약 두 달 만에 이루어진 것이다.

주요 쟁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한국의 대미 투자처를 지정하겠다는 요구인데, 한국 정부는 이를 ‘비합리적’이라고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최근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공장 근로자 대규모 이민 단속 사건이 한·미 관계의 긴장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일본은 미국과 550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제안하여 합의를 이끌어냈으며, 이를 통해 자동차 수출품에 대해 15% 관세만을 적용받기로 했다. 그러나 한국산 자동차는 여전히 25%의 높은 관세가 부과되고 있어 경쟁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한국에 대해 협정을 수용하거나 관세를 내는 선택을 강요하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FT는 한국이 일본식 합의에 따르기 어려운 이유로 외환보유액이 일본보다 훨씬 적고,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한·미 통화스와프를 제안한 바 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일본의 약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며, 통화의 변동성도 큰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과 유사한 합의를 따를 경우 원화 시장의 안정성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 또한 외환보유액과 원화 유동성 문제로 인해 한국이 일본과 같은 대미 무역 합의를 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만약 한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안을 이행하게 되면, 급증하는 달러 수요로 인해 원화 약세 압력이 심화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반면 일본은 기축통화국으로서 자금 유입 시 외환 공급이 원활하여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 내부에서는 최근 조지아주에서 있었던 이민 단속 사건이 협상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 전직 미 통상교섭관인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부회장은 한국 기업들이 직원들이 이민 당국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며 충격을 받았으며, 이로 인해 새로운 투자 약속을 강요받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결국, 현재 상황에서 한국은 트럼프 정부의 압박에 직면하며, 통상 정책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함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동향은 향후 한·미 관계와 경제 협력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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