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 정책에 발맞춰 한국의 상장사들이 올 들어 자사주 소각을 대폭 확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신 집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가 채 지나가지 않은 현재, 상장사들이 발표한 자사주 소각 규모는 46조3565억원에 달하며, 이는 지난해 연간 소각 수준의 두 배를 초과한 수치이다.
특히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월 13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들이 결정 공시를 통해 발표한 자사주 소각 규모는 27조6220억원에 이르고, 대기업 삼성전자와 두산이 각각 15조6138억원과 3조1207억원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하면서 총소각 규모를 더욱 확대했다. 지난해의 자사주 소각 규모가 21조400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이미 그 수치를 크게 웃도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3차 상법 개정안의 시행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 자사주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예전에는 자사주를 전략적 자산으로 보유하기 위한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자사주 소각이 우선시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이 과정에서 두산은 3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 다음날 주요 주식의 전량을 소각하겠다고 발표해 선도적인 조치를 취했고, SK그룹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이 같은 자사주 소각 현상은 기업의 가치 제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자사주 소각은 회사가 자신의 주식을 매입하여 소각함으로써 주식의 수를 줄이고, 그 결과로 남은 주식의 가치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주주에게 돌아가는 가치도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올해 초부터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본격화되면서 신규 자사주 매입보다 기존 보유 물량을 선처분하려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졌다. 2023년 들어 발표된 자사주 취득 규모는 9조6702억원으로 집계되고 있지만, 소각 규모가 이와 비교해 5배에 육박하는 실정이다. 이는 자사주 소각이 이제는 중요한 투자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나타낸다.
증권가에서는 상장사들의 자사주 소각이 잇따르면서 투자 전략에서도 자사주 보유 비중이 주요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중동 전쟁의 영향으로 국내 증시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상법 개정에 따른 기대감이 다시금 시장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자사주 비중이 높은 지주사와 금융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DB증권의 분석가 강현기는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이 9배 아래로 떨어진 지금,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추가 소각을 발표할 가능성이 보인다”며 주의 깊은 접근을 당부했다.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의 주식 시장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