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2분기부터 경상수지 흑자 규모의 확대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이유는 국내 거주자들의 해외 투자, 즉 ‘서학개미’ 현상에 기인하고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발표되었다. 연구에 따르면 원화 절하의 80% 이상이 수출 실적 증가가 아닌 자본 유출로 인한 결과라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17일 ‘우리나라 대외부문의 구조적 변화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와 같은 현상을 설명하였다. 보고서에서는 경상수지의 흑자 증가가 원화 절상으로 이어지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원화 가치가 하락하는 경향이 관찰되고 있으며, 이는 2015년을 기점으로 출발한 것임을 강조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2014년 3분기에 순대외채무국에서 순대외자산국으로 전환했으며, 2022년 말 기준 순대외자산은 9042억 달러에 달한다. 이러한 자산 구조의 변화는 공공 부문에서 민간 부문으로의 이동을 보여주며, 외환보유액 중심의 자산 축적에서 포트폴리오 투자 중심으로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한국은행의 예측에 따르면 2025년까지 대외자산 중 증권 투자의 비중이 44.1%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해외 자산 투자에서 미국 자산에 대한 집중도가 눈에 띄며, 전체 대외 증권 투자 중 63.4%가 미국에 쏠려 있고, 주식 투자의 경우 67.7%가 미국 자산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선진국 평균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비율이다.
고령화로 인한 가계의 순저축률이 증가하는 것도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2000년부터 2010년 평균의 경상수지 비율이 1.5%에서 2011년부터 2025년까지 4.3%로 확대되었으며, 같은 기간 가계 순저축률도 2.4%에서 6.1%로 치솟는 등 체계적인 변화가 온 것이다.
한국은행은 경상수지와 환율의 관계를 ‘상품 충격’과 ‘금융 충격’으로 구분하며, 금융 충격이 원화 절하를 유발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분석 결과, 2015년 이후 자본 유출형 충격이 원화 하락을 동반할 확률이 21.4%에서 34.9%로 증가했으며, 반대로 자본 유입형 충격에 따른 원화 절상 발생 확률은 35.7%에서 18.6%로 줄어들었다.
2020년 이후 ‘서학개미’의 해외 주식 투자 급증이 달러 자산의 수요를 가속화하며 환율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부각되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통해 한국의 환율 민감도가 주요 선진국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외환시장 규모가 작아 자본 유출 상황에서는 원화 변동성이 더욱 커진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김지현 과장은 백브리핑에서 “수출이 증가한다고 해서 원화 가치가 반드시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경상수지 개선의 원인에 따라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외환시장 수급 불균형 완화를 위한 정책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은행은 중장기적으로 외환시장 심도를 높이는 구조 개선이 필요하며, WGBI와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통해 자본 유입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