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상원이 ‘디지털 자산 시장 명확화 법안'(Clarity Act)의 처리를 연기하면서 암호화폐 관련 규제 입법 일정의 불확실성이 다시 한번 부각되고 있다. 상원은 현재 러시아 제재 법안과 인사 승인안 처리를 우선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핵심 정책 논의마저도 다음 주 이후로 밀릴 전망이다.
상원에서 존 튠 공화당 원내대표의 주도 아래 인사 패키지와 러시아 제재 법안을 다루는 일정이 시작됐다. 특히, 제재 법안의 경우 사망한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을 기리기 위한 의미를 담고 있어 정치적 우선순위가 더욱 높이 설정되었다. 더욱이 장례식 일정이 겹쳐 현재 주 의사 일정이 많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상원의 절차상 한 번에 하나의 쟁점 법안만 본격적으로 다룰 수 있다는 제약 또한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토론 종결 절차인 클로처(cloture)를 적용할 경우, 법안 하나를 처리하는 데 수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클래리티 법안’은 최소한 다음 주, 즉 여름 휴회 직전인 8월 8일 이후에나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법안 지연의 주된 원인은 ‘고위 공직자의 암호화폐 관여 금지’ 조항이다. 이 조항은 과거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를 포함한 공직자가 암호화폐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으며, 정치적 논쟁의 중심이 되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일정 수준의 제한을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되는 듯했으나, 민주당 측에서는 “제한 수준이 충분치 않다”는 반발을 보이며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이 문제는 단순한 윤리 규정을 넘어 시장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중요한 사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민주당은 해당 조항과 트럼프의 암호화폐 사업에 대해 비판하는 별도의 행사까지 열었다.
여름 휴회 이후의 정치 일정도 고려해볼 때, 현재 상원의 시간은 ‘희소 자원’으로 평가된다. 9월 이후의 일정도 제한적이고, 11월 선거 이후에는 이른바 ‘레임덕 회기’에 접어들게 된다. 이 시기는 입법이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지만, 반대로 정치적 교착 상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이로 인해 ‘클래리티 법안’이 2026년 내로 통과되지 못할 가능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법안이 무산될 경우, 시장은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인 지니어스(GENIUS) 법 시행 및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정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하원 또한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하원은 유사 법안을 이미 통과시킨 전력이 있지만, 내부 갈등으로 최근 입법 추진력이 약화된 상태다. 상원을 통과하더라도 재승인 과정이 순탄치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일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더라도 마지막으로 남은 관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특정 선거법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초당적 주택 법안 서명조차 거부한 바 있다. 다만, ‘클래리티 법안’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통과를 촉구해온 만큼 실제 거부권 행사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대통령이 10일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법안은 자동으로 법률로 제정된다.
결론적으로 이번 법안의 진행 여부는 정치 일정, 윤리 규정 협상,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암호화폐 시장은 미국 규제의 큰 틀이 지연될 수 있는 상황에서 당분간 불확실성을 감수해야 하는 국면에 놓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