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성우들, 생성형 AI의 무단 음성 복제에 반발 “우리의 생명과도 같은 분신을 모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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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유명 성우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통해 무단으로 복제당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AI가 성적인 대사를 읽거나 사기 및 종교 권유에 악용되는 사례가 늘어가고 있다. 성우들은 피해를 막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일본 성우 오가타 메구미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이카리 신지 역으로 유명한 인물로, 자신의 목소리가 AI로 복제돼 자신이 한 적 없는 성적 대사를 읽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불쾌해했다. 그는 “내가 맡은 캐릭터는 나의 일부를 온전히 쏟아부어 만든 분신과 같다”며 이러한 상황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최근에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목소리가 사기나 종교적 권유에 악용됐다는 보고도 증가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 건의 합성 영상이 온라인에 올라오고, 해당 콘텐츠를 삭제하기 위한 요청이나 소송에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 특정 게시물의 URL을 확보해도 곧 삭제되거나 해외 플랫폼에서 익명으로 운영되어 게시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음성은 성우뿐만 아니라 제작위원회와 원작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어 개인의 퍼블리시티권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퍼블리시티권은 특정 개인이 자신의 정체성(이름, 초상, 목소리 등)이 가진 경제적 가치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하며, 이는 일반적인 초상권이 아닌 재산권의 성격이 강하다.

성우 쓰다 겐지로는 지난해 자신의 목소리가 무단으로 사용된 사례에 대해 삭제를 요구하며 틱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해외 플랫폼이나 익명 게시자를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여전히 높은 장벽이 남아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성우들은 공식 AI 음성을 직접 제작하고 상품화하는 방향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애니메이션 ‘루팡 3세’의 나미카와 다이스케는 일본 IT기업과 협력하여 음성을 녹음하고 AI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단순히 음색을 흉내내는 것을 넘어 희로애락과 호흡, 말투 등을 재현하도록 설계됐다. 이로 인해 발생한 수익은 성우 본인과 소속사, 기술을 제공한 IT기업이 공유하게 된다.

‘진격의 거인’의 주인공 에렌 역으로 유명한 카지 유우키 역시 AI 음성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그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한 합성음성 소프트웨어와 AI 캐릭터를 선보였다. 카지는 AI 기술을 단순히 성우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창조적 표현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이를 통해 시장에서 권리자에게 수익을 배분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직업적으로 성우계에서도 공동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일본배우연합은 지난해 이토추상사와 협력해 성우와 배우의 음성을 등록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데이터베이스는 전자 워터마크와 성문 인증 기술을 활용해 정식 음성과 무단 합성음성을 구분하며, 부정 이용 경로를 추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오가타 메구미는 일본의 제도적 정비가 한국과 미국에 비해 늦게 진행되고 있다며, 일본이 AI 학습에 필요한 자료를 무료로 제공하는 나라가 되어버렸음을 우려했다. 그는 유명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자신의 목소리가 악용되지 않도록 법적으로 거부할 권리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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