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 둔화 속에 ESS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한국 배터리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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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EV) 경쟁 심화와 수요 둔화로 인한 캐즘 현상 속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생산 전략을 급격히 전환하고 있다. 한미 정부가 모두가 주목하는 ESS 시장의 성장을 주도하며,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주요 배터리 3사가 새로운 수익 모델 발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21일 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는 미국 ESS 시장을 중심으로 생산 능력을 빠르게 늘릴 계획이다. 이미 시장조사업체인 모르도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미국의 ESS 신규 설치 용량은 올해 약 49.5GW에서 2030년까지 약 131.75GW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ESS 시장의 확대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증가와 재생에너지 정책의 강화와 깊은 연관이 있다.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ESS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ESS 시장이 전기차 배터리에 비해 제품 인증과 설계 변경의 복잡성이 적고, 장기 공급 계약에 기반한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 공장의 일부 전기차용 생산 능력을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중심으로 ESS 사업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SK온은 조지아 공장에서 ESS 사업 확대를 고려 중이며, 삼성SDI는 2027~2028년까지 100GWh 이상의 생산 역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국내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정부는 ESS 중앙계약시장을 비롯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ESS를 확대할 방침이다. ESS 중앙계약시장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극복하기 위해 주요 송전망에 ESS를 설치하고 ESS 사업자들과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제도이다. 현재까지 1.08GW 규모의 ESS 설비가 계약되었으며, 2029년까지 총 2.22GW의 ESS가 구축될 예정이다.

또한,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되어 유휴 토지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고, 발생한 수익을 주민들과 공유하는 ‘햇빛소득마을’에도 ESS가 활용될 계획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이러한 마을을 2500~3000개 조성할 예정이며, 이에 따라 ESS 용량은 수백MW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또한 차세대 ESS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큼을 시사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 주도의 ESS 확장 정책이 중장기적으로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과기대 유승훈 교수는 현재의 정책이 가격 신호나 전력망의 근본적인 수용성 개선보다는 재정 지원과 인위적인 장기 계약 시장으로 수요와 공급을 맞추는 데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저가 입찰에 따른 도덕적 해이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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