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남서부 보르도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인해 와인 생산업계에 심각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한 주간, 지롱드 지역의 소나무 숲 약 4만 2000㏊가 잿더미가 되었고, 240채의 주택이 파괴되었다. 이로 인해 22만 명이 대피하게 되었으며, 이는 프랑스 역사상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대피가 되었다. 현재 불길은 보르도 외곽에서 15㎞ 지점까지 접근했으며, 이를 진압하기 위해 소방관과 군인, 경찰 그리고 자원봉사자 5000여 명이 투입되고 있다.
산불의 확산세는 최근에 중지되었지만, 여전히 각지에서 재발화가 발생하고 있어 소방 당국의 진화 작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특히 보르도에서 유명한 와이너리인 ‘샤토 말라르틱 라그라비에르’는 상황이 여전히 불안정하다고 경고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는 화염보다 사실상 화재 연기로 인한 피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기 성분이 포도나무에 스며들 경우, 와인의 품질이 떨어질 위험이 크다. 전문가들은 불에 탄 나무에서 나오는 연기 성분이 포도 껍질에 흡수되어 발효와 숙성 과정에서 훈제향이나 잿덩어리 냄새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프랑스 포도·와인연구소의 에리크 세라노 연구원은 “초기에 연기 냄새가 나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와인에서 불쾌한 냄새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이 상황을 “일종의 시한폭탄”이라고 비유했다.
뿐만 아니라 프로방스 지역의 ‘도멘 드 라 메르카딘’ 와이너리는 18㏊의 포도밭 중 14㏊가 불에 타고, 연기 성분이 검출될 경우 수확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였다. 이와 함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피해 지역을 방문하여 “다른 형태의 숲을 조성하겠다”고 언급하며, 이번 재앙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어려운 상황임을 강조했다.
산불 피해는 이미 와인 소비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계에 이중고를 안겨주고 있다. 지난해 지롱드 지역의 포도 재배 면적은 9만 1543㏊로 전국의 13%를 차지하며 프랑스에서 가장 큰 산지로 알려져 있다. 이 지역 포도밭은 지롱드 농지의 40%를 차지하며, 8만 6600㏊가 원산지 보호 명칭(AOP) 등급으로, 품질 등급 와인 생산량에서는 프랑스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과거 5년간 보르도 고급 와인 시장의 가치는 약 20% 하락했으며, 지난해 보르도 와인 수출량은 136만㎘로, 20억 유로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집계되었다. 특히 중국 시장으로의 수출량이 34% 감소하며, 최대 수출처가 중국에서 미국으로 대체되는 등 계속되는 시장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