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크레인 57%가 중국산… 국산화 기준 마련 시급

[email protected]



국내 항만에 설치된 크레인의 절반 이상이 중국산 장비로, 이는 항만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2000년 이후로 증가한 중국산 의존도는 민간 터미널 운영사들이 초기 비용 절감 차원에서 저가의 중국 장비를 선호하게 되면서 더욱 심화됐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23년 3월 기준으로 한국의 항만에 설치된 893대의 크레인 중 56.9%인 510대가 중국산이며, 특히 핵심 장비인 컨테이너 크레인에 있어서는 중국산 비중이 58.2%에 달한다.

지난 20년간 이 같은 경향은 뚜렷하게 나타났다. 신규 도입된 크레인 770기 중 510기가 중국산이며, 이는 국산 크레인 247기의 두 배에 해당된다. 중국 업체들이 저가 장비를 제공하면서, 국내 장비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되고 신규 프로젝트 수주에서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항만의 전후방 산업 기반 역시 약화되고 있다.

항만 크레인은 단순한 하역 장비가 아니라 철강, 기계, 전기 제어 등의 산업과 결합된 고부가가치 설비이다. 대형 컨테이너 크레인 한 대에는 약 1500톤의 고급 강재가 사용되며, 이에 따라 한국철강협회는 국내 항만에 설치된 중국산 크레인에 사용된 철강량이 24만톤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중국산 의존도는 국내 철강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크레인 수입량 4922톤 중 98.8%인 4864톤이 중국산이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의존도가 높아지는 바람에 국내 항만 인프라 확충이 한국 철강 산업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크레인은 보통 20년 이상 사용하는 장비이다. 따라서 중국산 장비를 설치하는 경우, 유지·보수 및 부품 교체 역시 중국 업체에 의존하게 되는 구조가 형성된다. 이에 따라 축적된 지식과 인력 등 노하우도 중국 기업의 자산으로 남게 된다. 김율성 국립한국해양대 교수는 “20년 전만 해도 하역 장비를 국내에서 생산했으나 경쟁력 저하로 인해 기업들이 사업을 축소하거나 포기한 것이 현재의 문제를 야기한 것”이라며 “초기 선택이 수십 년간 기술 주도권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항만 개발 사업은 주로 민간 운영사와 항만공사 간의 협의를 통해 진행되며, 정부 개입의 여지는 제한적이다. 부산신항의 경우 일부 프로젝트에서 국산 장비 사용 기준을 마련했지만, 이러한 기준이 지속적으로 유지되지 못하고 있다. 드러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향후 진해신항 등 대규모 항만 사업에서 장비 국산화를 유도하는 정책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진해신항 1-1단계 프로젝트에서는 컨테이너 크레인 12대와 트랜스퍼 크레인 54대, 1-2단계에서는 컨테이너 크레인 24대와 트랜스퍼 크레인 108대의 수요가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국산화는 단순한 장비 조달의 문제가 아니라, 중후장대 산업 전반의 생태계를 유지하고 확장하기 위한 필수적 과제라는 점에서 국가 차원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향후 진해신항 등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이런 기준을 수립하여 적극적으로 국산 장비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