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호화폐 산업의 규제 환경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현재 각국은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나 전면적인 단속 대신, ‘허가 기반 성장(permissioned growth)’이라는 보다 현실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이 합법적인 틀 안에서 실제로 사업을 시작하고 확장할 수 있는 능력이 시장의 핵심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비트불뉴스(BitBullNews)의 ‘분기 암호화폐 규제 트래커’ 보고서에 따르면, 규제 환경은 이제 일관된 규제 완화나 전면 단속이 아닌, 기업의 수준별 감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경우에만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일부 국가들은 더욱 매력적인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동시에 진입 장벽도 상승하고 있다. 명확한 규칙이 자리잡으면 규정을 준수하는 기업은 성장 기회를 얻는 반면, 그렇지 않은 기업은 더욱 불리한 환경에 직면하게 된다.
미국, 영국, 홍콩 등 주요 국가들은 규제를 통해 ‘통제된 진입’의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통화감독청(OCC)은 최근 발표한 규정 초안에서 결제용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를 기준으로 한 규제를 설정했다. 이 규제는 미국 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뿐만 아니라 일부 해외 발행사, OCC 감독을 받는 기관의 커스터디 활동도 포함된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암호화폐 논쟁의 영역을 넘어 금융 감독 체계의 직접적인 관리 대상이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영국 역시 새로운 암호자산 규제 체계에 맞춘 인가 신청을 2026년부터 2027년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이처럼 각국은 자율적인 규제가 아닌 명확한 일정표와 인허가 경로를 통해 기관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구조를 마련하고 있다. 홍콩금융관리국(HKMA)도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 대한 규제를 통해 라이선스 요건과 감독 원칙, 자금세탁 방지 기준 등을 정리했으나 아직 정식 발행자는 없는 상태다.
스테이블코인은 최근 규제의 중심에 서 있으며, 결제, 커스터디, 준비금 관리 등을 통해 전통 금융의 핵심 기능과 깊은 연결을 맺고 있다. 디지털 자산의 금융 인프라 성격이 뚜렷해지면서 규제 기관은 이를 별도의 실험 영역이 아닌 금융 시스템의 일환으로 다루기 시작하고 있다. 이로 인해 스테이블코인은 금융 시스템의 불가결한 부분으로 자리잡게 된다.
암호화폐 기업들은 이제 사업 확장에서 규정을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 제품 설계 단계부터 규제 기준을 완전히 내장해야 하는 상황에 접하게 되었다. 준비금 공시, 수탁 구조, 사용자 온보딩, 마케팅 관리 등 모든 요소가 라이선스 심사 기준으로 포함되고 있다. 거래소와 브로커는 보다 공식적인 시장 인프라를 요구받고 있으며, 커스터디 업체는 자산 보관과 증명에 대해 높은 수준의 투명성을 강요받고 있다.
비트코인(BTC)은 본질적으로 모든 규칙 없이도 존재할 수 있는 자산이지만, 기관 자금의 유입을 위해서는 적절한 규제와 인프라가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앞으로의 암호화폐 시장 확장은 과거의 급속한 확장 방식과는 다를 것으로 보인다. 규제가 명확해지는 가운데, 기관 투자가 필요로 하는 안정적인 조건이 마련됨으로써 제도적 확장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암호화폐 시장은 ‘전면 허용’의 시대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선별적 합법성’이 강화되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따라서 미래 시장의 본질적인 승자는 단순히 큰 목소리를 내는 기업이 아니라, 실제 라이선스 심사와 규제 기준을 통과하여 운영할 수 있는 기업이 될 것이다. 모호성은 점차 줄어들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허가와 감독’이라는 새로운 성장의 틀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