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킬머, 생전에 출연 못한 작품에 생성 AI로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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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사망한 할리우드 배우 발 킬머가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다시 스크린에 복귀하게 된다. 미국 뉴멕시코를 기반으로 하는 제작사 퍼스트 라인 필름은 킬머가 AI로 구현된 모습을 영화 ‘무덤만큼 깊은'(As Deep as the Grave)에서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작품은 20세기 초 미국 남서부 지역의 고고학자 부부가 유적을 발굴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며, 킬머는 극중 가톨릭 사제 ‘핀탄 신부’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킬머는 1984년 영화 ‘탑 시크릿’으로 데뷔 이후 ‘탑건’, ‘배트맨 포에버’ 등 다수의 할리우드 작품에서 활발히 활동해왔다. 그가 맡을 ‘핀탄 신부’는 지역 역사와 문화, 종교적 정체성을 상징하는 인물로, 극 중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감독은 몇 년 전 킬머를 이 역할에 가장 적합한 배우로 판단하여 캐스팅했으나, 그의 건강 악화로 인해 실제 촬영은 불발로 끝났다. 킬머는 장기간 인두암과의 투병 생활을 이어오다 지난해 4월 65세로 세상을 떠났다.

제작진은 캐스팅을 포기하지 않고 킬머의 기여를 작품에 담기 위해 유족의 동의를 받아 AI 기반의 디지털 복제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는 단순한 외형 재현을 넘어, 기존 영상 자료와 기술을 결합하여 킬머의 표정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재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실제로 연예 매체에서 공개된 스틸컷은 사제복을 입고 깊은 표정을 짓고 있는 킬머의 모습을 생생히 담아내어, 매우 리얼한 인상을 주었다.

특히 킬머의 딸인 메르세데스 킬머는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아버지의 예술적 유산을 유지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그녀는 “아버지는 생전에 새로운 기술이 스토리텔링의 가능성을 확장한다고 믿었다”며 “이번 결정은 그의 가치관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녀는 “이 영화를 통해 아버지의 정신과 메시지가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미 킬머는 AI 기술을 활용한 연기로 주목받은 적이 있다. 그는 인두암 치료 과정에서 목소리를 잃었으나 2022년 영화 ‘탑건: 매버릭’에서 AI로 복원된 목소리를 사용하여 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당시 그는 소통이 인간 존재의 핵심이며, 다시 목소리로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것이 특별한 경험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례는 사후 AI 기술을 활용한 배우의 재현이라는 점에서 윤리적 및 산업적 논의의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인의 초상을 기술로 재현하는 것이 예술적 표현의 확장인지, 혹은 새로운 경계 설정이 필요한지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발 킬머의 귀환은 기술과 예술, 그리고 추억이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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