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미국 의회가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둘러싼 핵심 문구에 대해 백악관과 ‘원칙적 합의’를 도달하면서, 암호화폐 업계가 고대하던 포괄 입법의 진행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번 합의는 그동안 법안 통과를 가로막아온 ‘예치금 이탈’ 문제에 대한 절충점을 찾아가고 있으며, 이로 인해 규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합의의 주요 초점은 스테이블코인이 은행 예금을 대체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얼마나 완화할 수 있는가에 맞춰져 있다. 톰 틸리스 상원의원과 안젤라 올스브룩스 상원의원은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클래리티 법(Clarity Act)의 스테이블코인 관련 문구를 ‘광범위한 예치금 이탈을 방지’하는 방향으로 수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올스브룩스 의원은 이번 합의가 예치금 이탈 방지에 그치지 않고 미국 내 혁신 보호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클래리티 법은 디지털 자산에 대한 규제 체계를 명확히 하려는 목표를 가진 법안이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이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수익(리워드) 문제로 업계와 은행 이해관계가 충돌하며 교착 상태를 겪어왔다. 특히 암호화폐 거래소가 스테이블코인 보유 고객에게 보상을 제공할 경우, 이는 은행 예금의 매력을 떨어뜨려 은행의 예금 기반을 약화시킬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업계는 스테이블코인을 단순 결제 수단이 아니라 ‘보유 자산’으로 활용할 기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Coinbase)는 고객 보상 허용 필요성을 강조하며 지난해 1월 법안 지지를 철회하기도 했다. 반면 JP모건 체이스의 CEO 제이미 다이먼은 코인베이스 등 암호화폐 기업이 스테이블코인 리워드를 지급하려면 은행과 같은 수준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최근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 추진을 적극적으로 촉구하며,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은행들이 클래리티 법을 ‘인질’로 잡아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암호화폐 업계 경영진, 미국 은행업계 대표 및 규제 당국간의 문구 조율이 지속되고 있는 중이다.
이와 함께 규제 환경이 도입 논의와 별개로 더 빨리 정돈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최근 연방 증권법 해석에 대한 중요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암호화폐를 ‘토큰화 증권’과 ‘비증권 암호화폐 자산’으로 구분했다. 특히 XRP와 솔라나(SOL)와 같은 자산이 사실상 상품으로 분류되면서 규제 리스크가 일부 완화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암호화폐 로비스트들은 이러한 SEC의 해석이 향후 바뀔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덧붙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친암호화폐 성격의 법안이 잇따라 서명되고 있으며, SEC의 감독 기조 또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 리워드와 예치금 이탈 방지 장치가 어떤 수준에서 중재되는지에 따라 클래리티 법의 최종 문구는 업계의 사업 모델과 은행 경쟁 구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원칙적 합의’가 장기 표류하던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전환점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