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의 스테이블코인 잔고가 지난해 7월 이후 약 55%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동시에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어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 흐름이 크립토에서 국내 증시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가 분명해지고 있다. 올리움랩스(Allium Labs)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분석에 따르면,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와 같은 국내 주요 거래소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총액이 2025년 7월에는 5억 7,500만 달러였으나, 2026년 3월 중순에는 1억 8,800만 달러로 감소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3월 중순 1,500원을 넘어서면서 스테이블코인 잔고의 감소 속도가 가속화되었고, 이는 원화 가치가 16년 만의 저점으로 떨어지면서 한꺼번에 발생한 유출이 촉발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가상자산의 위험 선호 둔화로 볼 수 없으며, 원·달러 환율 상승이라는 특정 외환 트리거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시점에 투자자들은 원화 가치가 약세인 상황에서 달러 연동 자산을 정리하고, 원화로 환전한 후 국내 자산으로 재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디엔티비리서치(DNTV Research)의 브래들리 박은 “원화 약세가 심해지면 달러 자산을 보유할 이유가 줄어든다”며, 스테이블코인을 원화로 전환한 후 국내 자산으로 재투입하려는 흐름이 강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테더(USDT)와 같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에서 매도와 이탈이 집중적으로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자금 이동은 국내 개인 자금이 가상자산에서 주식으로 이동하는 흐름의 일환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알트코인에서 인공지능(AI) 관련 주식으로 관심이 쏠리며 내러티브 중심의 자금 회전이 일어났으나, 이번에는 환율 급변이라는 특정 촉발 요인이 있어 큰 차이를 보인다. 정부의 리패트리에이션(repatriation) 정책도 해외 자산을 매도하고 국내로 재투자하는 경우 세제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자금의 국내 유입을 더욱 촉진하고 있다.
증시 데이터 분석 결과, 투자자 예탁금이 3월 초 131조 원에서 112조 원으로 줄어든 것은 자금이 주식 매수에 실제로 투입되었음을 뜻한다. 이는 스테이블코인 잔고 감소 기간 중에 자금이 빠져나가 주식 매수로 실행되었음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후 예탁금이 안정되는 흐름은 신규 자금 유입이 재배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 75% 상승 후 올해도 추가로 37% 상승하며 주요국 대표 지수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상승의 상당 부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같은 대형주에 집중되고 있어 변동성이 클 수 있다는 점은 투자자들에게 주의가 필요하다는 신호다. 결국, 향후 자금이 다시 가상자산으로 돌아올지는 코스피의 지속성 및 조정 폭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내 스테이블코인 잔고 감소는 아시아 전반의 위축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아르테미스 데이터는 분석한다. 오히려 아시아 지역의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한국에서만 잔고가 감소한 것은 국내 자금 회전의 성격이 강함을 시사한다. 크립토 시장은 한국 개인 유동성의 약화가 단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으나, 주식으로의 적극적인 자금 재배치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