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가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를 다시 시작하면서, 가상자산의 불법 거래에 대응하기 위한 공공과 민간의 협력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제도적인 공백을 해소하려는 강한 의도를 반영하고 있다.
오는 4월 15일에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의 2단계 입법이 본격적으로 다루어질 예정이다. 이 법안은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구조와 가상자산 시장을 규율하는 중요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발행 주체와 관련된 ‘51% 룰’과 같은 핵심 쟁점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입법 일정이 여러 차례 지연되고 있다. 처음에 정부는 올해 초에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었으나, 금융당국 간의 입장 차이와 글로벌 정치적 변수들로 인해 논의가 미뤄진 상황이다.
입법이 지연되는 가운데, 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는 ‘초국가 사기범죄 대응을 위한 공공과 민간의 협력체계 구축’을 주제로 정책 세미나가 개최되었다. 이 세미나는 한국금융연구원과 한국금융범죄예방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금융위원회, 경찰청, 금융감독원이 후원한 자리였다. 세미나에는 미국 FBI, 영국 내무부, 싱가포르 경찰청과 같은 주요국 법 집행기관 관계자가 참석하여 가상자산을 이용한 국경 간 범죄 대응을 위한 방안을 공유했다. 신진창 금융위원회 사무처장과 홍석기 경찰청 수사국장도 축사를 통해 제도적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또한, 디지털자산 추적 기술을 보유한 컴플라이언스 기업들도 세미나에 참여하여 실질적인 대응 방안을 제시하였다. 보난자팩토리는 ‘가상자산 거래의 불법 지갑주소 추적과 효과’를 주제로 발표하였으며, 블록체인 기반 자금 흐름 분석 기술을 활용한 사기 방지 사례를 소개하였다. 이 기업은 정부의 디지털자산 추적 기술 개발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입법 논의에서 가장 큰 쟁점은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구조이다. 한국은행은 안정성을 위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이 은행 중심의 컨소시엄에 의해 이루어져야 하며, 이들이 51% 이상의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이러한 규제가 핀테크 기업의 참여를 제한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어 조심스러운 접근을 촉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은행 51% 참여 + 핀테크 최대주주’라는 절충안도 논의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지분 규제 역시 논의되고 있지만, 일부 안건은 후순위로 밀리고 있는 경향이다.
전문가들은 입법 지연을 단순한 공백이 아닌, 제도 설계를 정교화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대학교 이종섭 교수는 “다양한 쟁점을 검토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만큼 보다 현실적인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였다.
가상자산 기반 범죄가 조직화되고 국제화되는 상황에서 단일 국가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항용 한국금융연구원장은 “국가 간 제도 차이와 협력 제약 때문에 대응이 쉽지 않은 구조”라며 글로벌 공조 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결국 ‘디지털자산기본법’의 논의는 불법 거래를 추적하는 체계와 국제 협력, 그리고 기술 기반의 감시 체계와 함께 진행되어야 시장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4월의 국회 논의가 이러한 복합 과제에 어떤 균형점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