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르무즈 해협의 이중 봉쇄로 인해 중동산 원유 공급이 차단되면서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미국산 원유 쟁탈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17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아시아에서 미국 남부 걸프 연안으로 향하는 초대형 유조선의 수가 70척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평소의 두 배 이상에 해당하는 수치로, 유럽의 조사회사 케플러의 애널리스트는 이 유조선들이 마치 함대처럼 미국으로 쏠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초대형 유조선(VLCC)은 일반적으로 중동산 원유를 일본과 같은 아시아 국가에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 설계되었지만, 현재는 미국을 향해 항해하고 있다. VLCC의 적재 용량은 200만 배럴로, 이는 일본의 하루 소비량의 약 반일분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처럼 많은 유조선들이 미국으로 향하는 것은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산 원유 수입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일본, 한국, 싱가포르, 태국의 정유업체들은 다음 달 선적을 위해 최소 6000만 배럴의 미국산 원유를 매입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는 4월 선적량과 유사한 규모로, 3년 사이 가장 많은 구매량이다. 추가적으로, 아시아 국가들은 알래스카 노스슬로프산 원유의 주문도 증가시키고 있으며, 주요 고유황 원유인 마스의 프리미엄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에너지 호황은 정부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은 15일 발표된 자료에서, 미국의 원유 수출량이 지난 4월 10일까지 하루 522만5000배럴로, 주간 기준 최근 7개월 중 가장 높은 수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천연가스 수출량 또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액화천연가스(LNG)의 수출량은 2027년까지 2025년 대비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의 협상에서 이를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 그는 11일 파키스탄에서 열린 미국-이란 평화 협상 당일, “대량의 유조선이 미국을 향하고 있다”고 밝히며 중동산 원유의 대체처로서 미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백악관은 14일에도 167척의 원유 탱크가 미국을 목적지로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 중 103척은 미국산 원유를 적재하기 위해 빈 탱커로 확인됐다.
결론적으로, 중동산 원유 공급의 중단은 아시아 국가들에게 새로운 원유 공급처인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변화가 원유 시장에 미칠 영향과 각국의 전략적 대응이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