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원화의 달러당 가치가 장중 1550원에 근접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에 이르는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반도체 주식의 급등 이후 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로 국내 증시에서 20거래일 연속으로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달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수출기업들이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보유하는 경향도 원화 가치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화 가치는 전 거래일 대비 9.4원 하락한 1539.1원으로 마감했으며, 이는 지난 3월 30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장중에는 한때 1549.2원까지 급락하기도 하였으며, 이는 2009년 3월 10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장중 저점인 1561원에 근접한 수치이다.
외국인의 매도세가 계속되면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은 이날만 약 3조5000억원 이상 순매도하였다. 이로 인해 올해 누적 순매도 규모는 120조원에 가까워졌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주식의 급상승 이후 차익을 실현하고, 글로벌 펀드들이 자산 배분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국내 반도체 비중을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더욱이 수출기업들이 얻은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그대로 보유하려는 경향도 원화 가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수출업체들이 외환 시장에 달러를 충분히 공급하지 않아 병목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수출액 대비 기업의 선물환 매도액 비중은 98%에서 올해 1분기 66%로 감소하였으며, 이는 수출기업들이 시장에 달러를 내놓기보다는 보유하려는 성향이 강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우리은행의 박형중 이코노미스트는 대미 투자협정으로 미국에 대한 투자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달러를 시장에 내놓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하였다. 그는 특히 달러를 많이 보유한 반도체 기업들이 설비 투자와 증설 계획을 많이 가지고 있어 시장에 내놓을 달러 물량이 적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대외 경제 여건도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달 중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이 결정될 경우 강달러 압력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의 매도세와 수출기업의 달러 보유 확대가 계속된다면 원화 가치는 여전히 하락세를 지속할 것이며, 이는 과거 금융위기 수준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