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정부가 고령층의 자산 투자 유도를 위해 인공지능(AI) 기반의 투자 판단 능력 평가 도구를 개발하고, 이를 금융 기관에서 활용하도록 할 방침을 세웠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금융청과 소비자청과 함께 게이오대학교 연구진 및 노년기 의학 관련 연구소가 참여하여 이 도구를 개발할 예정이다.
이번 도구는 고령 투자자가 은행과 같은 금융 기관에 방문했을 때 직접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주요 목적은 금융 상품의 특징, 수수료, 그리고 자신의 재정 상태에 맞는 상품 선택 능력을 스스로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 도구를 통해 고령자가 충분한 판단력을 갖추었음을 인정받을 경우, 해당 기관이 투자 능력 증명서를 발급하여 다른 금융 기관에서도 사용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는 고령층의 자산을 적극적인 투자로 유도하려는 정책적 흐름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일본 정부는 2040년까지 가계 금융 자산 가운데 주식, 투자신탁, 채권의 비중을 40%로 끌어올리는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통해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한, 금융청은 고령자 전용 소액투자 비과세 제도(NISA)의 설계도 검토 중이며, 매월 분배금으로 운용 수익을 지급하는 투자신탁 상품을 고령자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그동안 고령 투자자들에게 나이를 기준으로 한 일괄적인 제한을 두었던 일본 금융권의 기존 관행을 전환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증권업협회는 75세 이상의 고객에게 신중한 투자 권유를 규정하고 있으며, 은행 및 증권사들은 특정 나이 이상의 투자자에게는 신상품 판매를 중단하거나, 투자 결정 시 가족의 동행을 요구하는 절차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AI 검사 도구는 개인의 판단 능력을 기준으로 평가하여 더 이상 연령에 따른 일반적인 제한을 두지 않도록 할 예정이다.
현재 일본에서 75세 이상의 고령자가 보유한 금융 자산은 약 660조 엔, 즉 5935조원에 달한다. 정부는 이 도구가 실제로 여기에 적용될 경우, 고령층 자산이 약 320억 엔, 즉 2900억원의 추가 투자를 유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평가 및 인지 기능 검사에 대한 AI 기술은 민간에서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일본의 ‘시오노기제약’과 ‘프론테오’가 개발한 AI 대화 분석 기반의 인지 기능 검사 앱이 보험사에 제공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고령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기본적인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2015년에 고령 투자자 보호 기준을 신설하였고, 금융당국은 2019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관련된 불완전판매 사태를 계기로 기준 연령을 만 70세에서 만 65세로 조정하였다. 현재 만 65세 이상의 투자자에게 부적합한 상품을 판매할 경우, 판매 과정의 녹취와 함께 2영업일의 숙려 기간이 요구되고 있지만, 판단 능력 자체를 검사하여 증명서를 발급하는 방식은 도입되지 않은 상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