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기후 변화로 인해 폭염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임신부와 태아의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타났다.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LSHTM)의 연구에 따르면, 임신부가 출산 전 한 달 동안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조산 위험이 약 4%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산은 신생아의 생존뿐 아니라 심혈관 질환, 호흡기 문제 및 발달장애와 같은 장기적인 건강 문제와도 직결된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2010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1만3000건 이상의 조산이 폭염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으며, 이 중 25%는 기후 변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와 나이지리아 등 여러 국가에서도 수만 건의 신생아 사망 사례가 폭염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폭염이 임신부에게 미치는 피해는 개인의 환경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의사협회 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의 연구에 따르면, 폭염 이후 조산 위험이 전체 임신부에서 평균 2% 증가했지만, 특히 29세 이하의 낮은 교육 수준을 가진 여성이나 소수 인종 출신 여성의 경우 그 위험률이 4%에 이를 정도로 상승했다. 이는 사회경제적 요인이 폭염의 영향에서 큰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를 지적하고 있다.
미국 네바다주 리노 대학의 린지 대로우 교수는 “모든 임신부가 동일한 환경에서 폭염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냉방 시설의 존재, 전기 요금을 감당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 실내 근무 여부와 같은 사회경제적 요인이 건강 격차를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감비아와 같은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임신부의 절반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며, 하루 대부분을 위험한 열에 노출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소개되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조산을 전 세계 인적 자본 손실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폭염 피해가 인구 전체의 건강과 생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며, 정부와 사회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조산 1건당 약 6만4000달러(약 9000만원)의 경제적 비용이 소요되며, 중국은 폭염으로 인한 조산으로 매년 10억 달러(약 13조84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기후 변화가 악화될수록 이러한 손실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