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상승, 그러나 과거 중동전쟁과 비교하면 완만한 오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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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과 이란 간의 군사적 충돌로 인해 국제 유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5일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81.01달러로, 전일 대비 8.51% 상승하며 마감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도 4.93% 오른 85.41달러로 거래되었다. 전쟁이 시작된 지 일주일 만에 전체적으로 15~18%의 오름세를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유가 상승세는 과거 중동전쟁 동안의 급등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완만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과거 2022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국제 유가는 일주일 만에 20~25%가 상승한 바 있으며, 1973년과 1979년에는 각각 약 260%와 160%의 대폭 상승이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현재의 상승폭은 다소 미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최근의 유가 상승은 공급망의 다변화 덕분에 나타나고 있는现象으로 분석된다. 여러 산유국이 존재하고, 중동 내에서 우회 파이프라인이 확보됨에 따라, 특정 지역의 전쟁으로 인해 세계 유가가 급등하는 상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현재 세계 산유국 중 1위는 미국이며,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캐나다, 이라크 등이 뒤를 잇고 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석유수출기구(OPEC)가 세계 원유의 약 50%를 공급했지만, 현재는 이 비중이 30%대로 낮아졌다. 이는 미국, 캐나다 등 다양한 지역에서 원유 소비가 증가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스트-웨스트(East-West) 파이프라인’과 UAE의 ‘아부다비-푸자이라(ADCOP)’ 같은 우회 파이프라인들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급망 다변화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상황은 악화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으며, 만약 해협이 차단된다면 산유국들은 저장 시설의 한계로 인해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라크의 원유 생산량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에너지 전문 자문 회사인 리터부쉬 앤 어소시에이츠는 현재의 분쟁이 언제 끝날지 불확실한 만큼, 유가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전망에 따르면, 전투가 다음 주까지 계속될 경우 WTI 유가가 배럴당 95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량이 평소보다 낮은 수치를 유지할 경우, 브렌트유 가격이 100달러에 도달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전 에너지부 장관인 어니스트 모니즈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간 폐쇄될 경우 유가가 세 자릿수로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며, 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강조했다. 미국과 이란 간의 긴장이 심화되는 가운데, 에너지 시장은 더욱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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