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달러 환율이 최근 1560원 선을 넘어서는 등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이는 미국 달러의 강세와 중동 지역에서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맞물린 상황에서, 올해 들어 막대한 외국인 매도세가 지속되면서 원화 가치가 크게 하락한 결과라고 분석된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6일 야간 거래에서 장중 1561.5원에 이르렀으며, 이는 2009년 3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7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또한, 2분기 평균 환율 또한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한국은행의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이 기간 원·달러 평균 환율은 1490.98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분기 이후 약 2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이다.
공항에서는 달러 현찰 구매 환율이 1600원을 이미 초과하고 있으며, 지난 6일 기준 하나은행의 공항 영업점 환율은 1624.00원에 달했다. 그러나 최근 원화 약세는 단순히 글로벌 달러 강세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의 상승률과 비교할 때, 원화의 하락폭은 훨씬 더 큰 모습이다. 이달 원화의 하락률은 일본 엔화(-0.65%), 중국 역외 위안(-0.38%), 대만 달러(-0.55%)와 같은 다른 아시아 국가 통화보다 훨씬 더 두드러진 수치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주식 매도세가 이번 원화 약세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올해 들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 내에서 118조원 이상을 순매도하였고, 코스피의 급등과 함께 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 압력이 커진 상황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달러로 환전하려는 수요 역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들은 5월 한 달에만 44조원이 넘는 국내 주식을 순매도하며, 이번 달에도 이러한 매도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경상수지 흑자는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는 환율 상승 압력을 상쇄하지 못하고 있다. 수출기업들은 환율 추가 상승을 예상하고 달러 매도를 미루고 있으며,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환율 상승세는 더욱이 가속화되고 있다. 외환당국은 반복적으로 구두 개입을 시도하고 있으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도세가 지속된다면,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고점인 1590원대에 도달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 비중에 비추어 볼 때, 추가 자금 유출의 여지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 즉 경상수지 흑자와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현재 환율 수준은 과도하다는 의견도 많다. 외국인 수급이 안정되고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될 경우, 원·달러 환율은 다시 1400원대 중후반으로 내려올 가능성도 존재한다.
현재의 고환율 지속은 수입 물가 상승으로 직접 연결되며,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결국 취약계층과 내수 기업에 더 큰 어려움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