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네덜란드 흐로닝언대학교의 연구진은 키프로스의 청동기 시대 유적에서 발견된 비둘기 뼈 183개를 분석해 비둘기가 기원전 1400년경부터 인간과 밀접하게 공생해왔다고 발표하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비둘기가 이 시기에 이미 반가축화 단계에 이르렀음을 시사하며, 이는 기존에 알려진 가축화 시기를 약 1000년 앞당기는 중요한 발견으로 평가받고 있다.
할라 술탄 테케 유적지는 지중해와 중동을 연결하는 무역 중심지로, 청동기 시대에는 이집트와 튀르키예 사이의 중요한 거점이었다. 연구진은 발굴 과정에서 바위비둘기, 유라시아멧비둘기 등 다양한 비둘기 종의 뼈를 발견했고, 그 중 특히 바위비둘기가 오늘날 집비둘기의 조상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분석 결과, 발견된 비둘기 뼈의 상당수는 성체로 이루어져 있으며, 일부는 아직 자라지 않은 아성체의 뼈로 추정되어 비둘기가 당시 인간에 의해 관리되고 번식되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더불어 고고학적 분석을 통해 밝혀진 질소 및 탄소 함량의 동위원소 값이 비둘기의 먹이가 인간이 제공한 곡물이나 씨앗에서 유래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비둘기가 자연 상태에서의 먹이보다 인간이 의도적으로 제공한 식량을 통해 사육되었음을 뒷받침한다. 연구진은 다양하고 일관된 먹이가 비둘기 사육을 긍정적으로 이끈 요인이었다고 추측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비둘기 뼈의 상당수가 종교적 혹은 제의적 공간에서 발견되었으며, 불에 탄 흔적이 있는 뼈들은 다른 가축의 뼈와 다양한 제의용 기물과 함께 출토되었다. 이는 비둘기가 단순히 식량의 수단으로 여겨진 것이 아니라, 의례 제물로 활용되었음을 시사한다. 특히 키프로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사랑과 아름다움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출생지로 알려져 있어 비둘기와의 관계는 더욱 깊은 문화적 의미를 지닌다.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안겔로스 하지쿠미스 박사는 “비둘기 가축화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일찍 시작되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라고 평가했으며, 앤더슨 카터 연구원은 “오늘날 세계에서 비둘기가 널리 존재하는 이유는 인간이 의도적으로 번식했기 때문”이라며 비둘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재고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