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요청한 러시아 외무차관의 비자 발급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조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예고하며 미국 대사관 철수를 압박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해석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타스통신에 따르면, 바실리 네벤자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날 유엔 안보리 고위급 공개 토의에서 “알렉산드르 알리모프 외무차관이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미국 측의 비자 발급 거부로 인해 불참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비자 문제는 유엔 본부 소재국으로서 회원국들에 유엔 본부 접근을 보장해야 하는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안보리 회의는 순회의장국인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주재하였고, 알리모프 차관은 왕 부장의 초청을 받아 회의에 참석하고자 했다. 유엔 사무총장 부대변인인 파르한 하크는 “유엔은 모든 국가가 유엔 본부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비자를 발급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미국은 유엔 본부 협정에 따라 외교관들에게 비자를 무료로 발급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없지만, 여러 전문가들은 이 비자 발급 거부가 러시아의 공습 위협에 대한 명백한 대응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CNN의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외교부는 25일 성명을 통해 “러시아 군은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있는 의사결정센터와 군 지휘소, 군수 산업 단지를 겨냥한 공격을 준비 중”이라며 “키이우에 남아 있는 모든 외국인들을 즉시 대피할 것을 권고한다”고 강조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같은 날 미국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의 통화에서 “미국 외교관과 시민들이 키이우에서의 대피를 상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키이우 공습 협박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외국인 및 외교관들에게 키이우를 떠나는 것을 압박하는 것은 심각한 긴장을 야기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아니타 히퍼 EU 외교안보 담당 대변인은 26일 SNS를 통해 해당 문제를 언급하며 “EU 대외관계청이 러시아 대사대리를 호출하여 항의했다”고 밝혔다.
한편, 러시아는 24일을 기점으로 키이우에 대한 광범위한 탄도미사일 및 드론 공습을 감행하고 있으며, 이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가장 대규모의 공격으로 평가된다. 24일 하루 동안만 90발의 탄도미사일과 600개의 드론이 키이우 일대에 떨어졌고, 26일에도 이스칸데르 미사일 2발과 122기의 드론이 추가로 발사되었다. 이러한 공격은 러시아의 군사적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이는 것과 동시에 국제 사회의 우려를 한층 증대시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