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슈퍼카 제조업체 페라리가 첫 순수 전기차(EV) ‘루체’를 공개했으나, 소비자와 투자자 모두로부터 혹평을 받으며 주가는 8.5% 하락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에 상장된 페라리 주식은 루체 공개 이후 불거진 논란으로 인해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분석되었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브랜드에 대한 모욕’, ‘충격적으로 밋밋하다’, ‘중국도 안 베낄 디자인’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페라리의 상징적인 엔진 사운드가 사라진 전기차에 실망감을 드러내며, 이 차량이 브랜드의 전통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는 강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엔진 소리의 부재는 페라리로서의 정체성에서 벗어난다고 의견을 모았다.
전 페라리 회장 루카 디 몬테제몰로는 루체를 언급하며 “전설을 파괴할 위험에 처했다”는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페라리의 상징성을 지키기 위해 “차라리 저 차에서 페라리 로고라도 떼버렸으면 좋겠다”고 표현할 정도로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1991년부터 2014년까지 페라리를 이끈 인물로, 페라리를 현대 슈퍼카 시장의 선두주자로 우뚝 세운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FT는 페라리의 EV가 엔진 소리의 부재와 무거운 배터리로 인해 기존 페라리 차량이 제공하던 ‘스릴’을 재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우려는 페라리가 전기차 시장에 진입하는 방식이 브랜드의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또한, 페라리의 경쟁사인 람보르기니는 이미 순수 전기차 ‘란자도르’ 출시를 예고했으나, 이 계획을 결국 취소하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로 선회한 바 있다. 슈테판 윙켈만 람보르기니 CEO는 “고객들이 우리 차를 구매하는 것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꿈’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로터스, 애스턴 마틴, 맥라렌 등 다른 주요 슈퍼카 제조업체들도 전기차 출시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상황이다.
페라리 루체의 현지 시장 가격은 무려 55만 유로(약 10억 원)로 책정되었으며, 이는 페라리의 정규 차량 중 가장 높은 가격대에 해당한다. 글로벌 브랜드 분석가 스콧 셔우드는 “페라리는 기존 고객의 의견보다 실리콘밸리의 젊은 테크 창업자들과 같은 새로운 고객층을 타겟팅하고 있다”며, 이들이 지갑을 여는 것이 페라리에게 금전적으로 더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전반적으로 페라리의 첫 전기차 출시가 직면한 반응은, 고급 슈퍼카 시장에서의 전기차의 가능성과 트렌드 변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함께 브랜드 정체성이라는 측면에서의 깊은 논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