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하고 이 해협을 통해 통과하는 유조선을 폭파하겠다며 위협하면서 국제 사회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란의 이러한 선언은 수백 척의 유조선이 해협 앞에서 발이 묶이는 결과를 초래했으며, 국제 유가는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가장 좁은 부분은 약 33킬로미터로, 수심이 제한적이어서 대형 유조선이 실제로 통항할 수 있는 폭은 한 방향당 3킬로미터에 불과하다. 양방향을 합치면 겨우 6킬로미터에 불과한 이 통행로로는 하루에 약 2,000만 배럴의 원유가 이동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에 해당한다. 이러한 통행 가능 구역이 좁은 상황에서 단 몇 개의 기뢰로도 양방향 소통이 모두 차단될 수 있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란은 이 해협 봉쇄를 국가의 마지막 외교적 카드로 인식하며, 지난 47년간 이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를 진행해온 것으로 보인다.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현지 사령관들이 독립적으로 즉시 봉쇄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훈련이 이루어졌다는 분석이 있다. 이에 따라 미군은 기뢰 설치를 시도한 이란 함선 16척을 격침했지만, 이란은 며칠 전부터 소형 선박을 동원해 기뢰 설치를 준비해온 것으로 나타나, 미 해군의 호위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방어는 어려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한 대안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페트로 라인’ 파이프라인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 파이프라인은 하루 200만에서 250만 배럴 처리 용량에 불과하여 호르무즈 해협의 일일 물동량 2,000만 배럴의 10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카타르, 쿠웨이트, 이라크와 같은 나라들은 사실상 대체 수출 통로가 완전히 막힌 상황이다.
우리나라와 일본 등 선진국은 통상 100일에서 200일치의 전략 비축유를 보유하여 단기 충격에 대비할 여유가 있으나, 비축량이 적은 개발도상국은 상황이 심각하다. 특히 인도는 주요 석유 소비국 중 가장 낮은 비축량을 보이고 있으며 현재 소비량의 25일 분만 비축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 상황을 고려하여 미국이 30일 동안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허용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 또한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으며, 파키스탄은 에너지 절약을 위해 전국적으로 주 4일제를 시행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러한 상황은 1970년대 오일 쇼크 당시 대한민국에서 나타났던 차량 운행 제한 및 휴교와 유사하다.
결국 국제 에너지 기구(IEA)는 역대 최대 규모인 4억 배럴 이상의 전략 비축유를 방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란과 미국 간의 긴장이 완화되기 전까지 에너지 위기가 근본적으로 해소되기 어렵다고 진단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90%를 웃돌던 중동산 원유의 의존도를 현재 70%로 낮춘 덕분에 어느 정도의 완충 역할을 하고 있으며, 에너지 수입 다변화 노력이 이번 위기 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글로벌 에너지 안보 전략의 핵심 과제로 다시 부각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