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립토 업계가 올해 들어 대규모 감원 소식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가상자산 거래소 크립토닷컴(Crypto.com)은 최근 전체 인력의 12%를 감축한다고 발표하며, 이와 함께 ‘인공지능(AI) 전환’을 주요한 이유로 들었다. 크립토닷컴의 CEO 크리스 마자레크(Kris Marszalek)는 AI 통합이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요소라고 강조하며, AI 도구의 적용이 생산성 향상과 기업의 확장성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감원은 크립토업계 전반의 강력한 구조조정 흐름의 일환으로 보인다. 미국의 거래소 제미니(Gemini), 데이터 플랫폼 메사리(Messari), 이더리움 레이어2 프로젝트 옵티미즘(OP)을 운영하는 옵티미즘 랩스(Optimism Labs) 등 최소 6개 이상의 업체가 유사한 감원 조치를 발표하였다. 이들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효율성 향상과 비용 절감을 내세우고 있으나, 실제로 AI 활용이 인력 감소의 주된 원인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의 연구에 따르면, 기업들이 AI로 노동자를 대체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AI 도입이 급증하고 있지만 실제로 대규모 실직을 유발한 사례는 적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AI 도입으로 감축된 인원을 다시 채용하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어 AI가 제공할 수 있는 대체 가능성이 여전히 제한적임을 시사하고 있다.
크립토 업계의 다른 주요 기업들도 AI 전환을 강조하며 감원을 고리로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는 추세다. 메사리는 새 CEO인 디란 리(Diran Li)가 “AI-퍼스트” 기업으로서 기관 대상 리서치와 AI 제품 제공에 집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제미니 또한 AI 적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기술 도입이 없는 기업은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발언들은 단순히 감원의 정당성을 넘어 AI가 생존 경쟁의 필수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AI를 감원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아니다. 이더리움 확장 생태계 내에서 활동하는 옵티미즘 랩스는 최근의 감원을 규모 있는 경영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한 자리로 설명했으며, 알고랜드 재단도 불확실한 글로벌 매크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인력의 25%를 줄였다. 이처럼 일부 기업들은 AI 전환보다 외부 환경 및 경제 사이클에 더욱 중점을 두고 있다.
국제 정세와 지정학적 리스크는 크립토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 간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유도하고, 이는 주식 및 가상 자산 시장 전반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 이러한 동향은 크립토 업계의 인력 구조조정이 단순한 AI 전환이나 기술 도입의 문제를 넘어 보다 복합적이고 광범위한 경제적 환경에 기인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결국, 크립토 업계의 대규모 감원은 AI 전환이라는 표면적인 명분 뒤에 다양한 경제적 요인들이 얽혀 있는 복잡한 양상이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들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AI를 재정의하였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진정한 이유는 AI의 성숙도보다 더 큰 구조적 문제와 시장의 현재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