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미라와 함께 매장된 그리스 서사시 ‘일리아드’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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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의 서사시 ‘일리아드’와 함께 2000년 전 이집트의 미라가 새롭게 발견됐다. 이는 로마 시대 이집트인들이 이 작품을 사후 세계로 인도하는 주술적 도구로 활용했음을 시사하는 최초의 증거로 분석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미국의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스페인 바르셀로나대학교의 발굴팀이 이집트 중부의 역사 유적지인 옥시린쿠스에서 비왕족 남성의 미라를 조사하는 중에, 미라 외부에 봉인된 점토 꾸러미 안에서 심하게 훼손된 파피루스 조각을 발견했다. 이 조각은 고대 이집트인들이 사용했던 종이로, 피해가 심각했지만, 연구자들이 6년간의 복원 작업을 거쳐 이 파피루스가 약 2800년 전에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가 쓴 ‘일리아드’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이 파피루스에는 ‘일리아드’ 제2권에 포함된 함선 목록의 구절이 적혀 있었다. 이 목록은 트로이 전쟁에 참여한 그리스 연합군의 지휘관과 그들의 출신 지역, 군대 규모 등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연구진은 접힌 형태와 봉인 흔적을 분석한 결과, 이 문서가 미라 제작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작성된 뒤 시신 위에 올려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는 로마 지배 시기에 그리스와 이집트 문화가 혼합되면서 새로운 장례 풍습이 emergence 했음을 나타낸다.

실제로 고대 이집트에서는 ‘사자의 서’와 같은 장례 문헌이 미라와 함께 묻혀 죽은 자의 사후 세계로 인도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반면, 로마 정부 하의 이집트 사회에서 그리스 문화와 정체성은 부와 사회적 특권의 상징으로 인식되었기에, 이러한 문화적 변화가 장례 문화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오스트리아 고고학연구소의 안나 돌가노프 역사학자는 이번 발견에 대해 “이집트의 복잡한 저승 세계 대신 그리스식 사후 세계로 향하기 위한 일종의 문화적 통행증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흥미로운 견해를 밝혔다. 이는 이집트인들이 사후 세계에 대한 기존의 지식을 새롭게 재구축하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증거로 해석될 수 있다.

옥시린쿠스 유적은 고대 파피루스 문헌이 대량으로 출토된 장소로, 19세기 말 영국 고고학자들이 이 지역의 쓰레기 더미에서 40만 점 이상의 파피루스를 발견한 바 있다. 이후 이 지역에서 발견된 문헌은 사포와 에우리피데스와 같은 고대 시인·극작가들의 작품을 포함하며 고대 문화 연구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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