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폭염 속 ‘에어컨 필요성’ 논란… 높은 전기료와 생존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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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폭염이 유럽을 강타하면서 영국에서 에어컨 설치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런던의 5월 기온이 35도를 초과하며 역사적인 기록을 갱신한 가운데, 대부분의 영국 주택이 냉방 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영국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6일 런던 큐가든에서 기록된 낮 최고기온은 35.1도로, 이는 이전에 세운 34.8도 기록을 하루 만에 초과한 것이다. 이러한 온도는 영국의 5월 및 봄철 최고 온도를 이틀 연속 갱신한 기록이다.

영국 전역의 주택 중 에어컨이 설치된 비율은 5% 미만으로, 심지어 신축 주택조차 냉방 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현재 개정된 건축 규정은 단열, 차양, 환기 등을 통해 ‘수동 냉방’을 우선시하도록 설계되었기에, 개발자들은 처음부터 에어컨을 설치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에어컨은 오랫동안 영국에서 필수품으로 여겨지기보단 사치품으로 간주되어 왔는데, 온화한 여름과 높은 전기요금, 그리고 환경 부담감 등이 애초 이와 같은 인식을 조장해왔다.

하지만 매년 폭염이 더욱 일찍, 더 강렬하게 찾아오면서 이러한 인식은 사회적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최근 3년 사이 영국에서 에어컨을 소유한 가구 수가 두 배 이상 증가하여 400만 가구를 넘었다. 특히, 냉방 장치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가정의 전기요금 역시 상승하고 있다. 에어컨 사용이 늘어나는 폭염 시기에는 주간 전기요금이 평소의 몇 배로 뛰는 경우도 있어, 가정마다 전기료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기후변화위원회(CCC)는 주거 냉방 문제를 더 이상 개인의 선택으로 한정할 수 없다고 경고하며, 지구 평균 온도가 2도 상승할 경우 영국의 약 22%의 주택이 에어컨과 같은 능동형 냉방 장치를 필요로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영국은 과거의 기후에 맞춰 지어진 국가로, 현재와 점점 더 멀어지는 기후 변화에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의 다른 국가에서도 비슷한 기온 상승 현상이 나타나면서, 폭염이 전력 시장에 새로운 부담을 가하고 있다. 낮 동안 태양광 발전량이 증가하지만, 밤에는 냉방 수요가 여전히 있기 때문에 전력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 기후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해법이 단순히 에어컨 보급 확대에 국한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하며, 창문 배치, 단열 보강, 차양 설치 등 수동 냉방 대책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기후변화로 인해 유럽의 여름이 더 길어지고 더 심해져, 과거에는 드물게 나타났던 5월 폭염이 이제는 주거와 복지, 에너지 시스템을 동시에 시험하는 구조적 문제로 변모하고 있다. 에어컨과 관련된 논란은 단순한 생활 편의 문제가 아닌, 기후 위기 시대에 도시와 주거 환경을 어떻게 새롭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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