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글로벌 무역 전쟁이 쉽게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보복 세금이 주요 경제국들을 타격하고 있으며, 주식 시장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북미, 유럽연합, 중국을 포함한 경제들은 불확실한 미래를 마주하고 있지만, 무역 전쟁의 추가로 특정 피해를 입지 않은 중동 지역에 대해서도 우려와 기회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미국의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에 대한 세금과 같은 직접적인 영향이 중동에는 그리 크지 않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2024년 기준으로 걸프 지역은 미국 알루미늄 수입의 약 16%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주로 아랍에미리트와 바레인이 포함된다. 이러한 산업 분야가 타격을 받을 수 있겠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역 전쟁이 성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지역 경제의 근본적인 기반인 석유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미국 달러화의 약세로 인해 달러에 연동된 통화를 사용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오만 및 바레인과 같은 국가들은 수입 비용 증가에 직면하고 있다.
달러화와 석유 및 부채 간의 상관관계가 더욱 복잡한 상황을 만들어가고 있다. 미국의 무역 세금은 일반적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달러 가치를 강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석유의 가격이 상승하게 되어, 초기적으로 석유 수출국인 중동 국가들에게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무역과 해운이 약화되면서 석유 수요가 둔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의 미래 전망은 무역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석유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14년 석유 가격 충격 이후 많은 국가들이 석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구조적 개혁 및 다각화 프로그램을 시행해왔다. ‘내수 수요의 회복력 강화’는 글로벌 외부 충격에 대한 지역 경제 방어의 최선책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편,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경우 달러 표시 부채 상환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레바논, 요르단, 이집트 같은 국가들은 특히 높은 외채로 인해 심각한 경제적 고통을 겪을 수 있다. 요르단은 미국에 대한 높은 수출 의존도로 인해 이러한 무역 격차에서 가장 취약한 국가로 꼽히고 있다. 과거 약 25%의 요르단 수출이 주로 섬유와 보석 같은 품목으로 미국 시장에 파는 것이다.
요르단은 미국 외교 정책에서의 전략적 중요성 덕분에 긴급 지원을 받는 등 어느 정도 유리한 협상 위치에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한다.
무역 전쟁이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 중 하나는 중동 지역에서 지리적으로 더 효율적인 무역 경로가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와 걸프 협력 회의(GCC) 간의 무역 회랑은 장기적으로 15%의 성장을 기록하는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적 여건을 갖추고 있다. 아시아 기업들이 중동에 진출하거나 기존 사업을 확장함에 따라,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과 함께 더많은 재정 및 투자 유입이 예상된다.
